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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추기경 선종 / 사진 = 천주교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캡쳐 |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어제(27일)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선종했습니다. 향년 90세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정 추기경은 자신의 사목표어인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을 지켰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은 "정 추기경은 2006년 교구 성체대회 때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약속한 바 있다"면서 "2018년 9월 27일 연명의료계획서에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것과 2006년에 약속한 사후 각막기증을 실시하도록 스스로 서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선종 직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안구 적출 수술을 마쳤습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28일 서울대교구청에서 한 정진석 추기경 선종 관련 브리핑에서 "정 추기경은 지난 25일, 통장 잔액을 꽃동네 2000만 원, 명동밥집 1000만 원, 서울대교구 성소국 2000만 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아동신앙교육 1000만 원, 정진석추기경 선교장학회(가칭) 5000만 원 등 5곳을 본인이 직접 지정해 기부하면서 통장 모든 잔액을 소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통장 잔고로 두 달간 모인 200만 원과 은퇴 후 교구에서 지급하는 비용, 국가보훈처가 참전용사에게 주는 매월 30만 원 등 모두 800만 원가량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원 중 수고해주신 의료진과 봉사자들에게 선물하라고 당부했다"는 생전 고인의 말을 전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자신의 장례비도 남기려 했으나 서울대교구 차원에서 "모든 사제가 평생 일한 교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그건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허 신부는 밝혔습니다.
허 신부는 고인의 '행복론'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뭔가 소유하거나 무언가 많이 갖거나 무언가를 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추기경님은 행복은 늘 버리는 데서 온다고 강조하셨다"면서 "실제로 자신이 내놓을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을 추기경님은 시간으로 생각하셨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사는 시간은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대강 정해져 있잖아. 몇백 년 살 수 없는 것이니까 말야. 그런데 말이지 남을 돕는 일에 한 시간을 쓰면 그건 내게 남은 생명 중 한 시간을 남을 위해 내어주는 거야. 그러니 일을 잘하건 못하건 도움을 많이 주건 많이 못 주건 상관없이 내게 남은 생명을 내어주는 것이니 참 값진 일이야." - 고 정진석 추기경
선종 미사에서 염수정 추기경은 "(정 추기경이) 이 세상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다 이겨내고 이제는 정말 주의 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또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기를 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 추기경의 시신은 명동대성당 제단 앞에 안치돼 있습니다. 유리관 속에 놓여 오는 30일까지 일반에 공개되고, 장례미사는 장례미사는 한국천주교주교단과 사제단의 공동집전으로 다음달 1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됩니다. 조화나 조의금은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장례는 방역지침에 따라 명동대성당 전체 좌석 수의 20%인 250명 이내로 제한해 이뤄집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1931년생으로 1961년에 사제품을 받고 만 39세에 주교가 됐습니다. 2006년 3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돼 2012년에 은퇴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도 정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천주교의 큰 언덕이며 나라의 어른이신 추기경님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드셨다"며 "참으로 온화하고 인자한 어
[ 신동규 디지털뉴스부 기자 / easternk@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