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깊은 감사"…이건희 컬렉션 품은 문화예술계 들썩들썩

↑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모아온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삼성 유족들의 결정에 문화예술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직접 관련 브리핑을 열어 국보급 문화재와 거장들의 작품을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게 된 것과 관련 유족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기증으로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소장품 수준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2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미술품 기증관련 브리핑이 열린 자리에서 "한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별도의 조건없이 기증해 준 유족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지정문화재 및 예술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국내에서 최초며,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고 치켜세웠다. 황 장관은 또 기증 미술품은 이미지를 디지털화 해 해외 미술계에도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 모네의 `수련` [사진 제공 = 삼성전자]

그 동안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과 관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문화예술계 역시 환호했다. 귀중한 문화재와 미술품의 해외유출을 막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더욱 찾았다.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좋은 작품이 외국으로 가거나 사장되지 않고 국가기관에 모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결국 국민이 감상할 기회가 넓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상속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고인의 뜻을 기려 '이건희 컬렉션'을 국립기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 '추성부도'(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국보 14건과 보물 46건 등 국가 지정 문화재 60건과 유물, 고서, 고지도 등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간다.

↑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이중섭의 '황소'를 비롯해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현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삼성은 또 국립현대미술관에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살바도르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을 기증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컬렉션은 세계 10대 미술관 못지 않은 규모로, 감정가만 2조5000억~3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계는 기증 규모를 감정가 기준 1조∼2조원 상당으로 보고 있다.
삼성 유족들의 결정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뿐 아니라 지방 박물관까지 골고루 챙겼다는 점이다. 삼성에 따르면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서양화가 박수근의 작품 18점은 이날 작가의 고향인 강원 양구군에 위치한 박수근미술관으로 돌아갔다. 미술관 측은 "이번 기증은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을 한해 앞둔 시점에서 참 감사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인성, 이쾌대, 유영국 등 근대화가 8명의 작품 21점도 대구미술관에 기증됐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기증으로 지역 작가 컬렉션을 수준급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