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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사진 제공 = 삼성] |
28일 유족에 따르면 생전의 이 회장은 국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세계 미술사에서 손꼽히는 주요 작가의 대표작이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문화재와 미술품을 열정적으로 수집했다. 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식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국가 지정 문화재와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기관에 기증해 고인의 바람대로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고 온 국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997년 에세이집에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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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황소`. [사진 제공 = 삼성] |
유족들은 이 회장이 미술사적 가치를 우선해 모았던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세계적인 서양 작가들의 유명 작품과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미술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각각 기증하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진경산수화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를 비롯해 국내 유일한 고려 천수관음 불화인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 외에도 도자기, 서화, 금속공예 등 다양한 시대 고미술품 9797건(2만1600여점)이 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존 소장품 40만여점(기증품 2만8657점), 올해 소장품 구입 예산 39억7000만원(전체 예산 512억원)을 감안하면 사상 최대 규모 기증이다.
오는 6월부터 이 컬렉션을 국민에 공개하는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기증한 뜻을 잘 받들어 지역문화 활성화, 국위 선양을 위한 우리 문화재 해외 전시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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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사진 제공 = 삼성] |
오는 8월부터 전시하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우리 생애에 이런 기증을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 엄청난 정성과 열정, 시간이 없으면 그 많은 작품을 모을 수 없으며 기증은 더 어렵다"며 "코로나19 난국에 큰 미담으로 회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 5곳과 서울대 등에도 유명 작품 143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세기의 기증에 대해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장·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은 "사회적 귀감이 되는 아름다운 기증이다"며 "미술을 얼마나 사랑하면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모아서 국가에 기부할 수 있겠나. 돈이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계기로 기증 문화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찬사를 보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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