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멘트] 광주비엔날레 개막 D-1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광주 지역 작가 문선희 설치작품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상처를 치유한다. 계엄사에 연행돼 고문을 당한 학생과 시민이 치료받던 병원이 비극적 역사 사적지로만 기억되는게 안타까워 치료재로 쓰이는 데이지꽃으로 병원의 본질을 되찾아주려고 했다. 1980년 5월 광주 초등생이었던 사람들 8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현재 초등생들의 목소리로 녹음해 당시를 증언한다.
작품 앞에서 만난 작가는 "무너져가는 옛 국군광주병원에 식물만 왕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영감을 얻었다"며 "을씨년스러워서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보행로에 데이지꽃을 놓아서 병원이라는 공간 본질을 기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옛 국군광주병원에 설치된 최기창 '피에타'. |
특히 광주 지역 작가 12명이 곧 사라질 옛 국군광주병원 비극과 결합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최기창 작가가 예수를 안고 비통에 잠긴 성모 마리아를 조각한 미켈란젤로의 동상 '피에타' 사진을 120개 조각으로 분절한 평면 작품 '피에타'가 눈길을 끌었다. 팬데믹 속에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이 만발한 자연이 보이는 창문 앞에 설치된 작품은 파편이 뒹구는 병원 내부 사이에서 위로를 전한다.
5·18 당시 검열로 삭제된 김준태 시 '아아 광주!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쓰고 물감으로 덧칠하기를 반복한 강운 회화 '마음산책-흔적'은 아픈 과거를 치유하는 작품이다. 정정주 설치 작품 '(구)국군광주병원'은 20분의 1로 축소한 병원 모형 주변을 거니는 관람객을 비추는 영상 스크린을 배치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 거대 담론 대신 사소한 일상 풍경을 담은 정선휘 그림 '삶 속에서-기다리는 사람들'은 역사에 짓눌릴 틈 없이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렸다.
↑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 설치작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
인도네시아 작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가 수많은 등으로 어두운 전시장을 밝히는 설치작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가 주목을 받았다. 등불 아래 하얀 천을 덮은 호랑이 조각이 누워 있고 까마귀 조각들이 난다. 초자연적 세계와 만나기 위해 신령과 기도를 외치고 등불을 밝히는 푸닥거리 의식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30여년간 여성 신을 탐구해온 미국 작가 릴리안 린 설치작 '중력의 춤'은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치마를 통해 우주의 힘을 보여준다.
군부 독재에 날카로운 붓을 세워온 1세대 민중미술 작가 이상호 작품과 칠레 독재를 비판한 세실리아 비쿠냐 회화가 마주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드넓은 전시장에도 개별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커튼과 가벽을 친 설치 방식이 호평을 받았다.
↑ 광주비엔날레커미션 5·18을 예술의 시각으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걸린 이상호 '일제를 빛낸 사람들' |
↑ 정정주 설치 작품 (구)국군광주병원 |
↑ 릴리안 린 설치작 중력의 춤 |
[광주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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