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돌과 사는 일본 노인의 일상을 담은 정윤석 장편 영화 '내일' 한 장면 |
논란의 리얼돌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 정윤석의 2시간40분짜리 장편영화·설치 작품 '내일'의 주인공이다. 여성단체들이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면서 오히려 화제가 돼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가 붙은 정윤석의 전시장에 들어가면 발가벗은 리얼돌 몸체 일부를 찍은 사진과 중국의 섹스돌 생산공장 영상, 부인과 별거한 채 러브돌 5개와 생활하는 63세 일본 남성 센지의 일상을 담은 장편 영화가 둘러싸고 있다. 센지는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배신도 하지 않은 러브돌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작가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 시대의 기괴한 풍경과 미래의 징후들을 드러내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 리얼돌 소재에 대한 여성 혐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예술이랍시고 항상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거 지긋지긋하다", "국현(국립현대미술관)이 생각하는 인간에는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 거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 리얼돌을 다룬 정윤석 전시 '내일' 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을 직접 본 후 작가 의도에 공감하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 예술작품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가능하지만, 논의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작가는 "관점에 따라 영화 소재를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 불편함을 통해서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보게 될 것이다"며 "이번 신작에서 보여주는 문제의식은 우리에게 곧 도래할 미래이자 해결해야 할 질문들이다. '내일'이라는 제목 역시 그런 관점에서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영화 전반부에서 인간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했다면, 후반부에서는 주인공들이 가진 모순과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예술가들은 언제나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고 인간의 보편성을 이야기한다"며 "예술이 정치·종교와 다른 이유는 도덕적인 당위성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필요한 윤리적인 질문들을 다시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각예술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그는 특정한 사회적 사건에 초점을 맞춰 그 이면을 파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