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승리호'가 그동안 SF(공상과학) 장르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 영화계의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어제(5일) 베일을 벗은 '승리호'는 SF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컴퓨터그래픽(CG)과 이야기의 짜임새에 있어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승리호'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국내 첫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천문학적인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대작과 견줄만한 수준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이런 우려는 앞선 예고편에서 완성도 높은 CG가 공개되며 불식됐습니다. 예고편을 본 관객들은 '촌스럽지 않다'는 안도감에서 나아가 '해외 작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호평을 내놨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화려한 영상과 빠른 속도감으로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궤도를 떠도는 우주선 파편이나 위성 발사체는 실제 관객들이 우주선에 탑승해 광활한 우주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액션신에서 등장하는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선이나 폭발 등에도 어색함이 없습니다.
실제 제작진은 시각특수효과(VFX)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VFX 작업에 투입된 인력만 1천명에 달합니다.
'승리호'는 기발한 소재를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끌고 가며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영화는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팔아 돈을 번다는 설정에서 시작됩니다.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 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승리호 선원들은 돈을 받고 팔아넘기려던 도로시가 인간 아이 '꽃님'이란 사실을 알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SF 영화의 주요 소재인 환경오염, 승자독식, 인류애 등이 고루 반영돼 있지만, 과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승리호'의 주역들이 SF 영화에 늘 등장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하지만, 개성 있는 인물이란 점도 영화를 다채롭게 만듭니다.
돈만 밝히는 '태호'(송중기)는 사실 딸을 잃어버린 아픔을 갖고 있고,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장 선장'(김태리)은 한때 우주 해적단을 이끈 이력이 있습니다. 온몸에 문신한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은 사실 누구보다 마음 여린 사람입니다. 여기에 로봇 '업동이'(유해진 출연)는 피부 이식을 꿈꾸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곳곳에 깔린 친숙한 '한국 정서'입니다. 한국인 시청자라면 영화를 보다 '어?'하고 놀라거나 웃을 만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선원들이 우주선 안에서 둘러앉아 화투를 치는 모습과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는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 타이거 박을 '박 씨', '삼촌'이라고 부르는 구수한 호칭과 동네 아저씨 같은 투박한 업동이의 말투는 SF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질감이 들면서도 반갑습니다.
여기에 더해 툭하면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서로 미워하지는 않는 승리호 선원들의 모습은 한국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합
그동안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지던 SF 장르에 당당히 한국 색을 입힌 '승리호'는 한국형 우주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연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