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부일구(仰釜日晷)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公衆) 해시계입니다. '하늘을 우러러보는(仰) 가마솥(釜) 모양에 비치는 해그림자(日晷)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안쪽에 시각선(수직)과 절기선(수평)을 바둑판 모양으로 새기고, 북극을 가리키는 바늘을 꽂아, 이 바늘의 그림자가 가리키는 눈금에 따라 시간과 날짜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조선 시대 과학의 정수이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깃든 앙부일구 한 점이 최근 미국에서 돌아왔습니다.
문화재청은 오늘(17일)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앙부일구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 6월 매입해 8월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1월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면밀한 조사와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러 차례 경매가 취소 또는 연기됐고, 마침내 지난 8월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이 앙부일구가 언제, 어떻게 해외로 반출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골동품상에서 한 개인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지름 24.1㎝, 높이 11.7㎝, 무게 약 4.5㎏의 동합금 유물입니다. 해시계가 설치됐던 한양의 북극고도(위도)가 표시돼 있어 18∼19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앙부일구 환수를 자문한 김상혁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장은 "1713년에 청나라 사신이 한양 종로에서 북극고도를 37도39분15초로 측정했는데, 이 유물에 '北極高三十七度三十九分一十五秒'(북극고삼십칠도삼십구분일십오초)가 새겨져 있어 1713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앙부일구를 보면 주조법이 정밀하고, 은입사(銀入絲, 홈을 파서 은실을 박아넣는 것) 기법이 섬세하며, 다리 부분은 용과 거북머리 모양, 구름 무늬로 장식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각선과 절기선, 한자 등 홈을 파서 은실로 박아 넣은 부분은 은이 산화(酸化)해 검게 보이는 곳도 있지만 유려하고 정교해 보입니다.
이번 환수된 유물 이외에 국내에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7점이 있으며, 이 중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두 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유사한 앙부일구는 영국에 1점, 일본에도 2점이 있습니다.
김상혁 센터장은 "시간과 절기를 알려준다는 기능은 같지만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고궁박물관 소장 보물보다 다리 부분 장식이 더 화려해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觀象授時, 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습니다. 앙부일구는 일반 백성도 이용했던 조선 최초의 공중 시계로, 세종대부터 조선말까지 제작됐습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앙부일구를 종묘와 혜정교(惠政橋, 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했습니다. 세종실록에는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12지신 그림으로 그려서 시간을 알게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종 때 제작된 앙부일구는 현재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앙부일구는 현대 시각 체계와 비교해도 거의 오차가 없으며, 절후(節候,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 방위(方位), 일출 및 일몰 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입니다.
앙부일구 환수를 자문한 이용삼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명예교수는 앙부일구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앙부일구는 한양의 위도에서 태양 운행의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해시계로 독창성과 창의력을 갖췄다. 특히 돌아온 앙구일부는 제작 솜씨가 뛰어나고 예술적인 우아함을 겸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환수한 앙부일구는 궁중 장인
이번에 돌아온 앙부일구는 국립고궁박물관이 관리하며, 내일(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