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부일구 |
경매 참여 주체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매입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중소 경매업체인 스키너 말보로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 소장자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매입한 앙부일구를 지난 6월 9일 '아시아 예술 작품' 경매에 출품했고 경합 끝에 33만6500달러에 낙찰됐다. 당시 환율로 계산했을 때 매입가는 4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유물의 반출 시기와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 놓은 가마솥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仰, 앙) 가마솥(釜, 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日晷, 일귀)로 때를 아는 시계라는 뜻이다.
세종16년인 1434년 처음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되는데, 혜정교(지금의 종로1가)와 종묘 앞에 처음 설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때를 아는 것보다 중한 것이 없는데…밤에는 자격루가 있지만 낮에는 알기 어려워…신(神)의 몸을 그렸으니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것이요. 해에 비쳐 각(刻)과 분(分)이 환하고 뚜렷하게 보이고, 길 옆에 설치한 것은 보는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종로 거리에 세워 시간과 절기를 알도록 하라고 배려한 세종의 애민정신이 돋보인다. 농사를 짓고 생업에 종사하는 백성들이 시간과 24 절기를 스스로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세종 당시 제작된 앙부일구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네 발이 달린 공중(公衆) 해시계는 18~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절기와 방위(方位), 일몰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정밀한 주조기법과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제작 시기는 1713년 이후로 추정된다. 지평환(地平環)에 새겨진 한양의 위도 '북극고 37도 39분 15초'가 그 근거다. 조선의 천문서 '국조역상고'에 따르면 숙종 39년(1713)에 청나라 사신 하국주가 상한대의를 써서 한양의 종로에서 북극고도를 측정해 37도 39분 15초의 값을 얻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용삼 충북
앙부일구는 국내에 7점만 전해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2점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달 18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고궁박물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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