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280호인 한국은행 본관의 머릿돌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제 침탈 원흉의 흔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보관해서 아픈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동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1907년 착공해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문을 열었던 한국은행 본관.
사적 208호로 지정돼 지금은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의 머릿돌 '정초' 글씨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해당 정초 글씨를 썼다고 기록된 옛 문서를 제출한 이후 9일 만입니다.
서체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은 현지조사를 벌여 문서의 사진이 실제 머릿돌을 찍었다는 것과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의 필체와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 인터뷰 : 곽노봉 / 전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 위원
- "서예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거든요. 사람으로 말하면 코, 눈 같은 그런 특징이 딱 들어맞더라고요."
이제 관심은 머릿돌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는 겁니다.
일제 잔재를 철거해 민족 자긍심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남겨두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 인터뷰 : 정재숙 / 문화재청장(지난 12일)
- "사적이기 때문에 현상변경 허가가 난 다음에 한국은행 의견을 듣고 박물관에 유치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안을 의논해 보겠습니다."
머릿돌의 낙관 부분은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의 필체로 대한제국의 연호 '융희'를 덮어쓴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보강 조사와 역사적 의미에 대한 재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MBN뉴스 김동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