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어 버린다"는 말로 설화에 휩싸인 조정래(77) 소설가가 자신을 향해 '광기'라고 비판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조 작가는 "(진중권 씨가) 저에게 아주 경박하게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며 사과를 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14일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일본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발언은 조(선)중(앙)동(아)이 약속한 것처럼 왜곡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 12일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법으로 그런 자들은 다스려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빚어졌다.
이에 진중권씨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따님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 유학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다"고 썼다.
확전이 된 것은 14일 조 작가가 다시 반박에 나서면서다. 조 작가는 '주진우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일본 유학 갔다 오는 사람 싫어하는 건 아니죠"라고 묻자 "아니다. 제가 토착왜구라고 불리는 분명히 주어를 넣었기 때문에 범위가 딱 제한돼 있다"고 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를 포함한 언론들이 그 주어부를 완전히 없애버리고 뒷부분만 씀으로써 제가 일본 유학 갔다 오면 다 친일파라고 말한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조 작가는 또 "진중권 씨는 자기도 대학 교수를 하고 한 사람이면 엄연히 사실 확인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며 "저한테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아주 경박하게 두 가지의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를 향해서 광기라고 말을 한다.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이다.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대통령의 딸까지 끌어다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저는 그래서 진중권씨에게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정식으로 사과하기를 요구한다. 만약에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을 시킨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씨는 또 다시 반박입장을 내놨다. 진씨는 조 작가의 주장에 대해 "쓸데 없는 말장난"이라고 했다. 조 작가의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자들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됩니다. 민족반역자가 됩니다"라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진씨는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나"라며 "이게 말이 되려면, 친일파가 일본에 건너가면서 애국자로 거듭났다가 거기서 다시 친일파가 되어 돌아와야 한
진 씨는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예 없어 보인다. 그게 과거에 이견을 가진 이들을 '빨갱이'라 몰아서 탄압하던 독재정권의 행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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