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연 '반도'에 이어 '강철비2:정상회담'이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조짐입니다.
개봉을 이틀 앞둔 어제(27일) '강철비2'는 예매율 50%를 넘기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대재앙 이후)를 그린 '반도'와 한반도의 무거운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는 '강철비2'는 같은 감독이 속편 격으로 만든 영화라는 표면적인 사실 외에도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두 영화에서 중요한 배경이자 의미를 갖습니다.
'반도'의 도입부, 외신은 한국에서 4년 전 벌어진 재난을 설명하며,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북한으로는 가지 못하고 고립됐다, 북한은 오히려 분단 상태인 것이 다행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탈출선은 다시 홍콩으로 방향을 틀고, 그곳에 살아남은 한국인들은 '반도인'으로 불리며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는 섬도 아니고, 한쪽(북한)이 연결돼 있긴 한데 막혀 있고, 희망을 갖기에도 안 갖기에도 애매한 특성이 있다. 외부 세계도 파라다이스는 아니고, 탈출극이긴 하지만 이미 탈출할 데가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기획 단계부터 반도의 지형적 특성을 염두에 뒀음을 밝혔습니다.
'강철비2'에서는 더욱 직접적으로, 역사적으로 그 의미가 강조됩니다. 대륙 중국과 섬 일본의 사이에서 양국에 번갈아 수탈당해온 약소국의 역사는 유구합니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희생양이 됐고, 여전히 미·중 양국의 대결과 일본의 견제 속에 흔들리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냉정하게 자각하는 데서 영화는 출발합니다.
양우석 감독은 "한반도에서 북한 핵보다 미·중 갈등이 더 큰 문제가 됐고, 한국은 그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압박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저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우리 현실이 이렇다, 이렇게 될 수 있다 보여주고 관객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K-좀비의 시원을 연 '부산행'의 속편으로 알려지면서 좀비 영화로서의 '반도'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연 감독은 애초 좀비 영화가 아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리는 것이 영화의 출발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행'에서 갑자기 출현한 좀비 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4년이 지나 폐허가 된 반도를 그리지만, '반도'에서 좀비의 존재는 그저 배경이자 장애물 정도로 기능합니다.
빛과 소리에 반응하는 좀비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종하며 좀비라는 장애물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자동차 추격신이 '반도'가 보여주는 액션의 핵심입니다. 액션 영화에서 보호받는 존재였던 여성과 아이가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이 '부산행'에서 진일보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강철비2' 역시 근래에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수중 잠수함 액션이 백미입니다.
감독은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시뮬레이션을 짠 뒤 군사 자문을 통해 태풍이 몰아치는 와중에 레이더와 위성으로도 탐지되지 않는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긴장감 넘치게 완성했습니다.
잠수함이 엄폐물로 삼는 울릉도·독도 해역의 해산은 2006년 일본의 도발로 전쟁 위기까지 간 이후에야 주변 해역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파악한 것이라는 사실도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양 감독은 말했습니다.
강동원, 정우성, 곽도원 등 주연 배우들의 호연을 뚫고 존재감을 보인 신스틸러들이 있습니다.
'반도'에서 민간인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됐으나 고립된 채 4년을 보내오며 인간성을 잃어버린 631부대를 연 감독은 "멸망한 세상의 하나의 풍경"이라고 말했습니다.
631부대의 명목상 지휘관인 서 대위를 연기한 구교환은 독립 영화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혀 온 배우입니다. 첫 대형 상업 영화인 '반도'를 통해 클리셰를 벗어난 독보적인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는 올여름 기대작이었으나 개봉이 연기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에도 출연했습니다.
'강철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감초 역할로 눈에 익은 배우 신정근이 쿠데타 세력이 장악한 잠수함 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