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2`에서 정우성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img.mbn.co.kr/newmbn/white.PNG) |
↑ 영화 `강철비2`에서 정우성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를 연기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정우성은 한반도를 위기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까. '강철비2: 정상회담'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남북미 정상이 핵잠수함 함장실에서 정상회담을 펼친다는 설정을 기반으로 삼은 이 영화에서, 남한 대통령 한경재(정우성)는 북미 정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 정우성을 비롯한 주연진과 실제 남북미 정상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주변 열강 이해에 휩쓸리는 한반도 평화
![비좁은 핵잠수함 함장실에 감금된 미국(왼쪽부터), 한국, 북한의 정상은 위기 탈출 방법을 모색한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img.mbn.co.kr/newmbn/white.PNG) |
↑ 비좁은 핵잠수함 함장실에 감금된 미국(왼쪽부터), 한국, 북한의 정상은 위기 탈출 방법을 모색한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이야기는 중국 정부와 일본 극우세력이 독도에 분쟁상황을 만들려고 모의하는 모습을 비추며 출발한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열강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슈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곧이어 남한 대통령 한경재와 북한 최고 지도자(유연석),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은 북미평화협정을 맺기 위해 북한 원산에서 만나지만 입장 차이를 조금도 좁히지 못하고 대립한다. 지지부진한 회담이 진행되던 중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세 정상은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잡히게 된다.
◆
정상들은 카메라 뒤에서 무슨 이야기 나눌까, 각 국 정상 역할 싱크로율에 주목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왼쪽)이 북한 국무위원장(유연석)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설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img.mbn.co.kr/newmbn/white.PNG) |
↑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왼쪽)이 북한 국무위원장(유연석)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설득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세 정상이 비공개 회의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엿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세 사람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장소에서 격식 없이 나누는 대화에 유머 코드를 심었다. 미국 대통령 역할의 배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장된 제스처와 과격한 언변을 따라하며 세 정상 중 제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그는 협소한 함장실에서 자기 공간을 확보할 때도 '협상의 대가'로서 면모를 십분 발휘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얼굴, 유연석과 곽도원이 '지킬 앤 하이드'처럼 풀어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은 무력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img.mbn.co.kr/newmbn/white.PNG) |
↑ 극 중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은 무력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북한 최고 지도자와 반란의 주역 호위총국장을 동시에 등장시킨 건, 변덕스러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대화 테이블에 나오며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려는 김정은의 성격을 북한 최고 지도자 역할에, 걸핏하면 무력 사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폭력적인 김정은의 캐릭터를 호위총국장에게 나눠 부여했다. 굳은 표정과 두 세 마디 고함으로 함장을 장악하는 호위총국장을 곽도원이 카리스마 있게 표현했다.
남과 북이 주도권을 갖고 한반도 평화를 논하던 1편이 판타지 성격이 강했다면, 2편은 국제정세를 사실감 있게 반영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사상 최고 수위로 치닫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견제로 인해 남한의 대통령은 NPC(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 같은 역할만을 요구받는다. 북미 평화협정을 위한 선언문엔 서명할 자리조차 없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지난 23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우리 민족이 충분히 불행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잠수함 전투신이 백미 "밀덕 봐도 어색함 없어"
![잠수함 안팎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다툼으로 함내의 인물들은 혼란에 빠진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img.mbn.co.kr/newmbn/white.PNG) |
↑ 잠수함 안팎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다툼으로 함내의 인물들은 혼란에 빠진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의 백미는 잠수함 전투신이다. 북미일의 잠수함이 서로를 향해 어뢰를 쏘고, 방어하기 위해 맞대응을 하는 교전 상황을 박진감 있게 연출했다. 양우석 감독은 컴퓨터그래픽(CG) 팀에 '밀덕(밀리터리 오타쿠)이 봐도 어색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일본의 전투기가 한국 영해를 위협하는 모습에서도 긴장감이 있다. 일련의 전투신이 조금 더 일찍 나와줬더라면, 관객의 쾌감이 보다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다소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세트 제작에만 20억 원이 투입된 북 핵잠수함 백두호는 진해 군수공장에서 잠수함 내 장치들을 주문·제막하는 방식으로 사실감을 높였다.
◆
'변호인' 흥행사 양우석 감독, 코로나19 뚫고 관객 몰이 성공할까
![걸어다니는 위키피디아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해박한 양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도 국제 정세와 군사 정보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img.mbn.co.kr/newmbn/white.PNG) |
↑ 걸어다니는 위키피디아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해박한 양우석 감독은 이번 영화에도 국제 정세와 군사 정보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손익분기점은 395만 명. 양 감독은 상업영화 데뷔작인 '변호인'(2013)으로 1137만 관객을 모은 뒤 전작 '강철비' 1편을 통해서도 445만 명을 끌어들인 바 있어,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서도 흥행사로서의 면모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그는 지난 10년 간 웹툰 '스틸레인' 세 편, 이를 영화화한 '강철비' 1, 2편을 작업하며 한반도 평화 문제를 이야기
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는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북핵 등 대한민국 숙제를 시뮬레이션으로 풀어보기 위해 '강철비'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강철비2'는 29일 개봉한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