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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중구 남산한옥마을에서 만난 `소리꾼` 주연 이봉근. [한주형 기자] |
명창 이봉근(37)은 국악인에게 씌워진 고정관념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스스로에게 다양한 색을 입혀왔다. 재즈밴드와 협업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K팝을 불렀다. 이달 1일 개봉한 주연작 '소리꾼'은 다양한 장르를 접목하며 영역을 확장해온 이봉근 인생의 결정체다. 대중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영화를 통해 판소리 탄생 과정을 알린 것이다.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봉근에게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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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꾼`에서 이봉근은 납치당한 아내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소리꾼 학규를 연기했다. [사진 제공 = 리틀빅픽처스] |
그가 밝혔듯 삶의 핵심은 언제나 판소리였다. 남원국악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를 나온 그는 성창순, 안숙선, 김일구 등 여러 명창을 사사했다. 국악 관련 공연만 여태껏 1500회 이상 펼쳤으며 20대 초엔 판소리를 창작해서 연극 작품에 집어넣기도 했다. 2012년 한국방송 국악대상 연주상을 수상하고, 2018년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이처럼 전통음악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소위 신동은 아니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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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남산한옥마을에서 만난 이봉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
남들보다 늦었단 생각에 강박적으로 판소리에 매달렸다.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가 판소리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처음엔 아버지에게 끌려 판소리를 배우러 다니는 게 싫었어요. 그런데 중국집 아들 짜장면 싫어하듯 저는 먹 냄새가 더 싫었거든요. 그래서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는 도피처로 판소리를 선택했지만, 완전 빠져버렸죠. 친구를 보면 '쟤도 판소리 시작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며 불안해하던 시기가 있었죠. 오후 수업 빼먹고 연습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판소리에 미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소리꾼'에서 그는 인신매매를 당한 간난을 찾아 전국을 헤매는 학규를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시력을 상실한 딸 청이를 위로하기 위해 심청가를 들려준다. 그는 영화에 삽입된 판소리 중 단 한 곡을 제외해놓곤 모두 촬영현장에서 녹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 작품을 본 대다수 관객이 극찬하는 마지막 '심청가'를 노래할 땐 스스로도 어떻게 찍었는지 모를 만큼 몰입했다고 한다.
"그 장면은 다시 찍으면 그만큼 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노래가 끝나고 현장 스태프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몸이 떨리더라고요. 저 스스로는 아직 득음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학규의 관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득음을 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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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때 가장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문이 열린다"고 그는 말했다. [한주형 기자] |
"판소리를 하지만, 본인이 영상을 찍는 걸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은 영상 제작에 집중하는 거예요. 커피가 좋다면 바리스타에 도전해도 되고요.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터질지 모르는 게 콘텐츠 시장이에요. 제가 예능
[박창영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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