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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개봉작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 제공 = NEW] |
◆ '반도', 좀비 점령한 헬조선 탈출하고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1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42)은 15일 개봉을 앞둔 '반도'의 주된 갈등을 이렇게 설명했다. 좀비가 점령해버린 '헬조선'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인물들이 이 영화의 한 축이라면, 그 반대편엔 앞서 홍콩으로 힘겹게 탈출하고서도 돈벌이를 위해 잠시 동안 들어오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홍콩에 거주하는 주인공 정석(강동원)은 좀비가 창궐한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가촉천민 취급을 받다가, 250만 달러(약 30억 원)를 벌 기회를 잡기 위해 삼엄한 해상 경계를 뚫고 밀입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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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반도`에서 정석(강동원)은 한국을 탈출해놓고서도 다시 돌아온다. 한국을 벗어난 삶에도 별 다른 비전이 없었던 것이다. [사진 제공 = NEW] |
◆ "어디에 있는지가 아닌 누구와 함께인지가 행복 결정"
흉포한 631부대를 마주치며 정석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지만, 민정(이정현)네 가족을 만나 위기를 모면한다. 민정의 두 딸은 황폐한 땅에서도 나름의 즐거움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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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가 가득한 반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사진 제공 = NEW] |
일상 속에서 인물들이 발견하는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 척박한 환경에 놓였지만 아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추억을 만드는 동안 건강한 자존감을 키워간다. 연 감독은 "어디에 있느냐보다 누구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난 취향이 다양하고, 그걸 전부 발현할 수 있기에 운 좋은 사람"
상명대학교 서양화과 출신인 연 감독은 스토리텔링을 향한 열정을 타고났다. 한국 나이로 갓 스무살에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이라는 애니메이션 내놨으며 2008년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다다쇼'를 설립했다. 그를 독립 영화계 스타로 만든 애니메이션들은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로, 우중충한 색채에 염세주의적인 시선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첫 실사영화 연출작이자 1000만 영화인 '부산행'(2016)을 연출한 이후 그의 작품엔 인간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묻어나게 됐다. 흥행 때문에 취향을 죽여버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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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그의 초기작들에선 염세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사진 제공 = 스튜디오 다다쇼] |
◆ 시대와의 공명을 고민하는 건 예술가의 숙명
그는 시대와의 공명을 고민하겠는 건 예술가의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초기작을 구상할 때 염두에 뒀던 가상의 관객이 '연상호'였다면, 지금은 어머니, 길거리의 행인 등 보다 다양한 얼굴을 떠올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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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 감독은 "내 취향의 작품을 만드는 것과 소비하는 것의 쾌감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NEW]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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