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신의 힘을 다한 슈만 ' 판타지 C장조 Op. 17' 2악장 연주에 객석에서는 갈채가 쏟아졌다. 원래 악장 간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원칙이나 이런 호연에 어떻게든 기쁨을 드러내지 않으면 오히려 그것이 실례였으리라.
지난 2016년 이후 4년 만의 리사이틀 투어다. 손열음은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을 모두 슈만 작품들로 채웠다. 판타지 외에도 '아라베스크 Op. 18' '어린이정경 Op. 15' '크라이슬레리아나 Op. 16' 등이다. 손열음은 "너무 좋아하지만 섣불리 하고 싶지 않아 10년 동안 (이 곡들을) 품어왔다"고 했다.
'아라베스크'는 슈만이 '숙녀들을 위한 섬세한 작품'이라고 표현할 만큼 우아한 곡이다. 서두를 것 없이 편안하게 치다가도 중간중간 포인트를 줄 때마다 물결파처럼 동심원으로 퍼져나가는 음들이 좋았다. '어린이정경'에서는 각각의 소품들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원래 13곡으로 구성돼있으나 이번 공연에서는 제1곡에서 제7곡까지만 연주했다.
'크라이슬레리아나'도 사람들 마음 속 깊이 가 닿은 선율이었다. 손열음은 공연 전 프로그램북에서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곡"이라며 "애써 참고 있다 정확히 스물일곱 살이 되면 이 곡을 연주하리라고 마음먹었었다"고 썼다. 의상도 이 작품에 맞췄다. 1부에서는 검은 드레스를 입었던 손열음은 2부에선 순백으로 갈아입었다. 각각 곡에서 나오는 슈만의 두 가상 자아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을 연상시키는 색들이다. 오이제비우스가 내성적이고 잔잔하다면 플로레스탄은 밝고 열정적이다.
손열음은 매 곡마다 온몸으로 쳤다. 악장 사이, 소품들 사이 잠깐의 '포즈'(pause)에도 허투루 있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계산한 것 마냥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당겨진 활의 떨리는 시위처럼 안에 많은 소리들이 응축돼 있어 이마저도 연주의 일부 같았다. 한 곡이 완전히 끝날 때마다 거의 누울 듯이 몸을 젖혔다가 일어난 건 내내 팽팽했던 긴장을 충분히 푸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겠다.
원래는 지난달 13일 연주하기로 돼 있었다. 표가 매진돼 객석 간 거리두기를 할 수 없자 취소하고 이달 23~24일 이틀로 나눠 다시 열었다. 거리를 띄워 비록 반절이지만 가득 찬 객석에도 손열음은 감사해했다. 입장하자마자 많은 인파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본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30분 넘게 4개의 앵콜 곡을 연주하며 이에 화답했다. 쇼팽 '에튀드 Op. 25 No. 7', 리스트 '3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3번 탄식',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드뷔시 '달빛'이 이어졌다. 손열음은 앵콜 곡을 포함해 이 모든 곡들을 악보 없이 쳤다.
그녀는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따뜻한 언어로도 관객을 위로했다. "힘든 하루
2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또 한 번 연주한다. 10월에는 부산과 울산을 찾는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