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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성계의 획을 그은 명저들을 국내에 번역 출간하며, 국내 학계와 독자들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온 출판사 까치글방의 박종만 창립자가 지난 14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항년 75세.
아들 후인씨와 딸 후영씨는 21일 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저희 아버지 박종만 프란치스코님께서 가족들의 손을 잡고 편안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유언에 따라 가족들만 모여 장례미사를 드리고, 서울 흑석동 성당 '평화의 쉼터'에 모셨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베풀어주신 후의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알려왔다.
고인은 경남고와 부산대 영문학과 졸업 후 1975~1977년 월간 '뿌리깊은 나무' 편집부를 거쳐 1977년 까치글방을 창립했다. 차기벽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한국 민족주의의 이념과 실태'를 첫 책으로 낸 이래 약 800권의 책을 펴냈다.
고인은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 사마천의 '사기',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이미지와 상징', 아널드 토인비의 '토인비의 전쟁과 문명',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등 인문·과학 분야의 고전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출판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까치글방은 국내에 과학책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시절부터,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암' 등 해외에서 명성을 얻은 과학책은 빠짐 없이 번역해 국내 독자들의 지적 갈증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만부가 팔린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70만부 팔린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같은 베스트셀러도 여럿 출간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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