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영예 작품상을 안은 영화 10편 중 3편은 인종차별을 소재로 삼았다. 흑인을 거부하지 않는 식당과 숙박시설만 골라 다녀야 했던 천재 뮤지션 이야기 '그린 북'(2019년 작품상 수상), 자유인이었다가 하루 만에 노예신분으로 전락한 솔로먼 노섭의 실화 '노예 12년'(2014년)은 흑백 갈등 문제를 직접 겨냥해 작품상을 받은 영화에 속한다. 반면, '문라이트'(2017년)는 인종 간 마찰이 빚어지는 장면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인종 차별 문제를 예리하게 꼬집음으로써 호평 받았다.
아카데미가 인종갈등에 지속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 문제가 2010년대 미국에서도 결코 낡은 주제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으로 이어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할리우드의 재능들은 왜 인종차별 영화에 도전하는지 평단과 관객 호평을 두루 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정리해봤다.
◆ 블랙클랜스맨: 인종차별이 싫어 KKK 단원이 되다
인종차별이 싫어서 KKK(Ku Klux Klan·백인우월주의 결사단체)에 가입한 흑인. '블랙클랜스맨'은 이 아이러니한 한 줄에서 시작한 영화다. 우연히 KKK 연락처를 얻게 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형사 론 스툴월스는 이 조직에 잠복 수사하기로 결심한다. 흑인인 그가 얼굴을 들이밀며 KKK에 가입 신청을 할 순 없는 일이라 통화는 자신이 담당하고, 대면 접촉은 유대인 동료형사 플립(아담 드라이버)에게 맡긴다. 신입 회원이 흑인과 유대인인지도 모른 채 '인종차별 엘리트'로 치켜세우는 KKK 단원들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모종의 통쾌함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선 생활인으로서의 KKK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플립이 처음 KKK 모임에 나간 날이 그렇다. 단원들은 밝은 얼굴로 신입을 환영하고, 푸근한 옆집 아주머니 미소를 띤 채 치즈와 크래커를 대접한다. 오히려 줄곧 까칠한 반응을 보이는 건 '블랙파워'를 외치는 흑인 학생회다. 돼지(pig·경찰관을 지칭하는 속어)가 아니냐는 말로 주인공을 의심한다.
이러한 대조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자명하다. 평상시 이웃에게 상냥한지 여부로 한 사람이 좋은 시민인지를 판단하는 게 정당하냐는 물음이다. 불친절하지만 남의 권리는 지켜주는 쪽이 사회엔 더 필요한 존재가 아니냐고 관객을 찌른다. 1978년 실제 KKK 잠복수사를 펼친 롤 스툴월스 에세이에 기초했으며,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숱한 트로피를 휩쓸었다.
◆ 겟 아웃: 흑인은 운동을 잘한다는 말도 차별이다
'겟 아웃'은 백인 여자친구 부모 집에 놀러간 흑인 남자친구가 온갖 수모를 당하는 이야기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겪는 다양한 차별을 묘사하지만, 무엇보다도 칭찬이 배제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흑인은 강해' '흑인은 빨라' '흑인은 예술적 감각이 있어'라는 말은 사실 흑인들을 한정된 영역에 묶어두려는 억압의 수단일지 모른다는 통찰이다. 애인의 모친이 주인공에게 최면을 거는 장면은 흑인을 특정 기능에 매이게 하려 했던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은유적 비판이다. '블랙클랜스맨'의 제작자이자 코미디언인 조던 필이 연출했으며, 한국에서도 200만 명 넘게 봤다.
◆ 문라이트: 중독자 엄마를 증오하고도 마약상이 되다
앞서 소개한 두 작품에서와 달리 '문라이트'에서는 흑인과 백인이 서로 다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인종차별의 결과로 흑인 앞에 얼마나 좁은 선택지만이 남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샤이론은 빈민가에 사는 흑인 성소수자로, 어린 시절 마약 중독자 엄마 때문에 마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