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문인들이 연거푸 표절 시비에 휘말린 해가 있었다. 독창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예술가들이었다. 팬들은 왜 그토록 창의적인 인물이 남의 문장을 훔쳐 썼는지 의아해했다. 비판 받아 마땅한 일이기에 사죄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혹시 그들은 너무 많은 글을 읽어 머릿속에 저장된 글귀가 자신의 창작물이라고 착각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렇게 해명한 이도 있었다.
'프랑스여자'는 남의 것과 쉽게 섞여 버리는 우리 인생을 그린 영화다. 의식하지도 못한 채 남의 것을 도용하는 아티스트처럼, 타인의 말과 생각에 쉬이 물드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부모를 싫어하면서도 그들을 닮아버린 자식,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은 방식 그대로 남을 해하고 있는 가해자를 위한 변명이자 위로다.
![]() |
↑ 파리에 유학 갔던 미라(가운데)가 잠시 귀국하며 옛 친구들이 모인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 |
↑ 미라(가운데)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친구들은 20년 전 그때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 |
↑ 이혼한 남편과 강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미라. 이것은 정말 미라의 기억일까?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기억을 돌이킬수록 발화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불분명해진다. 우리는 싫든 좋든 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영화는 강조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격언을 이미지로 풀어낸 영화 같다. 가장 창의적이란 칭찬을 듣는 사람에게 '겸손하라'는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다. 표절 논란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이에게는 '누구든 마찬가지다'라는 토닥임이 된다.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관객에겐 '너도 그렇게까지 착하지만은 않다'는 객관화로, 죄책감에 고통 받는 관객에겐 '당신도 충분히 많은 생채기가 있다'는 달램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 |
↑ 잠에서 깬 미라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