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이 땅에 태어나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한 세대의 작지만 특별한 기록 '베이비 부머 리포터'가 출간됐다.
김호일 부산일보 전 서울지사장(한국영화기자협회 초대회장)이 펴낸 이 책은 한국의 베이비 붐(1955~1963년) 시대에 등장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거나 어느덧 은퇴 혹은 정년을 맞은 56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이는 베이비 부머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탐방 기록이다.
주요 내용은…
3년여에 걸친 동족상잔의 비극은 휴전으로 미봉됐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던 포성은 이내 멈추면서 한반도에는 불안하지만 평화가 찾아왔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이들이 한국판 베이비 부머다.
굶주림과 허기, 배고픔 등으로 요약되는 보릿고개 시절, 베이비 부머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런 궁금증이 이 책의 출발점이며 그래서 그때 그 시절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을 무작위로 만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책의 등장인물 중에는 고관대작은 없다는 점인데 그저 이 땅을 지켜온 민초, 다시 말해 하나같이 장삼이사(張三李四)요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 이 땅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 대부분은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있을 당시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냈고 10.26 사건 이후 1980년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할 때 대학이나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불운한 세대다.
이들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학업과 군대를 마친 이들은 사회로 나와 한국의 경제성장을 선두에 서서 견인했지만 IMF와 외환위기, 그리고 코로나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경제난을 잇달아 겪으며 어렵게 벌었던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일제치하와 한국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들이 그러했듯이 이들 역시 간난신고의 삶을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궂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멋쟁이 사각모자를 쓰고 대학문을 나설 땐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힘겹게 맞닥뜨렸던 사회에선 근사한 직장이나 멋진 사업체에 몸담았고 어여쁜 마누라를 만나 결혼해 자식을 얻어 가정을 일구며 이 사회의 근사한 일원으로 동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추천사를 통해 "6.25 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에 대해선 논문이나 서적 등이 많지 않아 연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민초들을 집중 조명한 이 책은 베이비 부머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탐방 기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이어 "베이비 부머들은 한국을 오늘날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견인했던 중추세력이며 독재의 사슬을 끊고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국가로 만든 일등공신"이라며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이름 없는 조연 혹은 단역이었지만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베이비 부머에 대한 헌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베이비 부머 리포트는 등장인물들을 10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그룹별로 유사한 업종이나 비슷한 일을 했던 여러 명을 한데 묶어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룹별로는 먼저 공직에서 일했던 이들이 이야기를 모았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생활은 어렵다. 보릿고개 시절, 낙타의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려웠던 정부기관에서 몸담았던 그들을 만나봤다.
두 번째 그룹에선 타향살이 이야기를 모았다. 자의건 타의건 고국을 떠나 해외로 나가야 했던 그들은 사고무친한 외국에서 힘겹게 살며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성공 가도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다.
세 번째 그룹에선 대기업에 입사해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그들 이야기고 네 번째 그룹에선 시대를 앞서 IT통신 분야 개척하며 한국을 세계적 통신강국으로 이끈 그들을 소개한다.
다섯 번째 그룹에선 국내외 출판과 건축 문화를 선도했던 그들을 조명해보고 여섯 번째 그룹에선 고약한 시대였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뛰며 통 큰 인생을 살아온 이들을 만나봤다.
일곱 번째 그룹에선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지만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쪽으로 진출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여덟 번째 그룹에선 한우물을 파면서 이젠 전문가 반열에 우뚝 선 이들을 만나봤다.
아홉 번째 그룹에선 샐러리맨 생활보단 사업이 좋다며 기업을 일군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고 마지막 그룹에선 색다른 삶 혹은 제2인생 펼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렇듯 20, 21 두 세기에 걸쳐 살아온 베이비 부머들은 군부독재 시절 교육을 받았고 이후 한국의 개발 시기에 사회로 나와 경제성장을 선두에 서서 견인했다.
이제는 직장 퇴직과 노후 설계, 자녀 결혼 등 새로운 환경에 맞서고 있는 세대다.
따라서 ‘베이비 부머 리포트’는 거창한 학술 서적이나 엄청난 연구논문이 아니지만 20, 21 두 세기를 걸쳐 살았던 인생 선배들이 걸었던 고단한 길과 여정, 그들이 접했던 시대적 고민과 갈등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와 관심을 가져 달라는 부탁이자 당부처럼 다가온다.
저자 김호일은…
황해도 연백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중 경남 진해로 피난갔던 김원영-박중서씨 사이에 3남 1녀 중 차남으로 1959년 8월23일 출생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프레스공장, 스텐레스공장, 편물공장, 청사진 제작업체 등을 전전하며 진학 대신 보릿고개 시절 2년 동안 노동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휘문중-대성고를 거쳐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80년 4월 육군 6사단에 입대해 1982년 12월 만기 제대했다.
1987년 언론계에 입문했고 1989년 부산일보로 옮겨 경제부-정치부-국회반장-문화부 차장-경제부장-서울지사장을 거쳐 부산일보 자회사인 BS투데이 사장과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캐나다 밴쿠버 UBC대와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등 2차례 해외연수를 했으며 서강대 언론대
2009년 2월 출범한 한국영화기자협회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아시아 영화의 허브 부산국제영화제, 신문화지리지(공저) 등 2권의 저서를 냈다.
1990년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인 박미희씨(현 흥국생명여자배구단 감독)와 결혼해 슬하에 1남(윤찬. MBN PD) 1녀(윤지. 학생)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