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을 내보이는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무섭더군요. 방송에 나가면 사생활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 두려움도 있었어요. 근데 그게 무서워서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요."
38살 배우 전미도는 뮤지컬로 여러 차례 여우주연상을 받고 조승우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로 꼽기도 했지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연기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만나 단박에 스타가 됐습니다.
전미도는 극 중 서울대 의대 99학번 동기 5인방 중 홍일점이자 율제병원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로 분했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만난 그는 "첫 드라마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이틀 만에 7만명을 넘기고, 직접 부른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실시간 음원 순위 1위를 휩쓰는 등 뜨거운 인기에 대해선 "기적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됐는데, 처음엔 제가 채송화 역으로 오디션을 보는지 몰랐어요. 의학드라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환자 중 한 역할로, 그냥 에피소드 주인공만 돼도 감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봤죠. 2차 오디션에서 대사를 여러 개 주시는 걸 보고 비중 있는 역할이겠다고 눈치를 챘어요."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해 10년 넘게 무대 경력을 쌓은 그는 "연기가 정형화돼간다는 느낌이 싫어서 새로운 걸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마침 그 시기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을 봤다"고 했습니다. 드라마 주연은 처음인 그에게 신원호 PD는 '드라마로 넘어온 이상 (사람들의 관심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 될 거고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고.
결과적으로 전미도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드라마를 찍으며 굉장히 '힐링'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신원호-이우정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은 늘 찰떡같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송화, 익준(조정석 분), 정원(유연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미도는 "송화가 의사로서 책임감과 성실함, 잘 해내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난 배우로서 그런 점이 매우 비슷하다"며 "내게 역할을 준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하고, 또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극 중 밴드 합주 장면을 위해 베이스를 연주해야 했는데, 작년 여름부터 손에 물집이 잡힐 때까지 연습했다고 합니다.
"다들 실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정)경호는 사실 엄청 다정한 친구인데, 그 점만 빼면 나머진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가끔 한마디씩 툭툭 던질 때 저희끼리 '야 너 지금 진짜 준완이같아' '진짜익준이 같았어' 이러거든요(웃음). 합주 연습을 하면서 사석에서 보다 보니까 빨리 친해졌는데 그게 드라마 영상을 통해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가 "미국 시트콤 '프렌즈'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시즌제로 기획된 작품이었습니다. 올해 말부터 주요 배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시즌2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전미도는 극 중 송화-익준-치홍(김준한)의 삼각관계와 관련해 "송화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마음이 뭔지 너무 궁금하다"면서 "시즌2에선 송화의 서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넌지시 드러냈습니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송화가 감정 진폭이 큰 인물이 아니라고, 그런데도 그 안에서 조금씩 변주해야 하는 역할이라 어려울 거라고, 그 점을 잘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했어요. 그래서 차분한 모습에 중점을 뒀고요. 후반으로 갈수록 로맨스가 생기는데, 대본상으론 송화가 두 남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애정이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거든요. 그냥 리액션으로 당황만 하다가 끝난 것 같아요(웃음). 얘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서 섣불리 뭘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채송화가 아니라 인간 전미도라면 "진지한 사람보단 재밌는 사람 쪽"이라며 익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미도는 다음 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무대에 섭니다. 조승우로부터 '너 떴더라. 훨훨 날아가라'라는 축하의 말을 건네받았다던 그는 "공연은 끝까지 할 거다"라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의 연기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절대 적지 않았습니다.
"이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잠시 침묵) 이 표현이 너무 상투적인 것 같지만 정말 감사한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서 전미도라는 사람 자체가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욕심을 내려놓은 것도 있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작품 하나 만났을 뿐인데 제 삶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그는 자신이 그저 '배우'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냥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배우, 영화배우도 아니고 그냥 배우. 어떤 장르에 가서 어떤 연기를 해도 다 소화할 수 있는,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