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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즌 이스케이프`는 열쇠를 만들어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코로나19로 고립된 상황에서 DIY에 빠지는 2020년 인간 모습과도 닮아 있다. [사진 제공 = 이놀미디어] |
1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 1위는 '프리즌 이스케이프', 2위는 '더 플랫폼'이다. 두 영화는 15~17일 주말 3일간에도 국내에서 최고 흥행작 1, 2위를 나란히 꿰찼다. 이들 작품 전부 설정이 신선하다는 입소문이 흥행의 디딤돌이 됐으며, 그 설정은 감금상황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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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플랫폼`에서는 제일 꼭대기층 관리자들이 내려준 음식을 0층부터 지하 수백층까지 차례로 전달하며 먹는다. 위층 사람들의 탐욕 때문에 아래층 사람이 쫄쫄 굶는 상황이 코로나19 시대 사재기를 보는 듯하다.[사진 제공 = 더쿱] |
수감자가 간수와 맺는 인간관계나 등장인물의 과거 이야기 대신 탈출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구멍을 파는 동작을 롱테이크로 보여준 탈옥 영화 고전 '구멍'(1960)을 연상케 한다. 연필과 종이로 열쇳구멍의 모양과 넓이를 알아내고, 눈짐작으로 열쇠 형태를 기억했다가 제작도를 그리는 탈옥의 각 단계를 쌓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어딘가에 오래 갇히면 달고나 커피처럼 공이 많이 드는 DIY(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것)에 빠지는 게 인간 본성인가 싶다. 영화 '해리 포터'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로 분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주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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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더 플랫폼`은 플랫폼이란 이름의 수직 감옥 이야기다. 모든 층 수감자가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음식이 0층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가지만, 위층 사람들 탐욕에 아래층은 굶주린다. [사진 제공 = 더쿱] |
그러나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음식 때문이다. 0층에선 모든 층에 있는 사람이 먹을 만큼의 식사를 내리지만 항상 50층(숫자가 높을수록 아래층) 쯤 가면 남은 게 거의 없다. 위층에 거주하는 이들이 아래층 수감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욕구를 채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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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48층에서 감옥 첫날을 시작한 주인공(왼쪽)은 위층 사람들이 이미 먹고 남긴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상황에 역겨움을 느낀다. [사진 제공 = 더쿱] |
주인공은 층간 소통이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서로 신뢰를 쌓아보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는 0층에서부터 지하 맨밑바닥까지 음식이 온전히 전달됐을 때 이 시스템을 설계한 사람이 형벌을 멈출 것이라 믿는 듯하다. 모두가 정량만큼 먹고 음식을 내려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감옥 운영진으로부터 그런 미션이 주어지는 장면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가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관객이 다소 어리둥절한 기분에 빠지는 이유다. 이것은 연출력의 빈약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 생리의 묘사라고 풀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코로나에 대해서도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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