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 수상한 홍상수 감독 [EPA=연합뉴스] |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연인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홍 감독은 시상식 무대에 올라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배우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나 함께 박수를 받았다.
수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이 영화가 '작은 것으로부터 출발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되도록 큰 의도를 갖고 만드는 유혹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한다"면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주인공 감희(김민희 분)가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세 명의 옛 친구를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홍상수와 김민희가 7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서영화와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뒤 호평받았다.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집계한 평점도 2.7점으로 총 18편 가운데 비교적 상위권이다. 해외 매체들의 평가로 점수를 반영하는 로튼 토마토 사이트에서는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 중이다.
홍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와 베를린,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98년 '강원도의 힘'(1998)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 2010년에는 '하하하'(2009)가 이 부문 대상을 탔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는 주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도망친 여자' 외에도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스페셜 갈라 부문에, 김아영 감독의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이 포럼 익스펜디드 부문에 초청됐으나 수상하진 못했다.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이 받았다. 라술로프 감독은 현재 이란에서 출국이 금지된 상태로,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신 무대에 올라 상을 받았다.
은곰상 심사위원대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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