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으로 미국의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3년 전 일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외신들이 현지시간으로 오늘(13일) 보도했습니다.
스타트리뷴과 시티페이지 등 미네소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봉 감독은 어제(12일) 밤 미니애폴리스 소재 미술관인 '워커 아트센터'에서 미국 팬들을 만나 오스카상 수상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워커 아트센터는 '경계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기생충, 마더, 옥자, 설국열차 등 봉 감독의 영화를 돌아보는 기획전을 마련했고, 봉 감독은 행사 마지막 날에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습니다.
지난 9일 오스카 시상식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식당에서 뒤풀이를 가졌던 봉 감독은 11일 비행기에 올라 미네소타로 향했습니다.
봉 감독은 팬들에게 "오스카 시상식이 나흘 전인가요, 사흘 전인가요"라고 물은 뒤 "벌써 3년 전 일 같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는 작품상 등 오스카 4관왕의 영예에 오른 배경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분명히 대단한 일이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에 호명됐을 때 나머지 부문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감독상 발표 뒤 준비된 수상 소감 없이 무대에 올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당시 그는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 해 (다른 후보 감독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그는 고어 영화의 고전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소재로 감독상 수상 소감을 한 것에 대해 "왜 그때 텍사스 전기톱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참 이상하다"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봉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내 핏줄 속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며 미국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드러냈습니다.
그는 앨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팔마, 샘 패킨파의 영화를 주한 미군방송인 AFKN과 대학 동아리를 통해 접하고 "한국의 현실과 장르 영화의 재미를 합치는 것이 자신의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감독들은 느슨한 미학적 기준을 공유하고 있지만, 덴마크의 '도그마 95', 프랑스의 '누벨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포함해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감독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감독들을 향해 "우리는 한국의 1세대 영화광"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에서 계속 체류 중인 봉 감독은 다음 주 귀국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