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티스트들의 홍콩 공연이 잇단 취소되고 있다.
홍콩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이 이어지면서 현지 치안이 급격히 악화돼서다. 동아시아 정치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K팝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플레디스는 23일 예정된 뉴이스트 렌의 홍콩 단독 공연 '렌스 라이프 인 홍콩'을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 민주화 시위 초기 단계인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문화 공연 대부분이 치러졌지만, 8월부터 현지 사정이 악화하면서 콘서트가 거의 전면 보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다니엘은 8월 예정된 팬미팅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고, JYP 보이그룹 갓세븐도 안전상 이유로 9월 예정된 홍콩 공연을 연기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펜타곤도 지난달 진행한 월드투어 일정에서 홍콩을 제외했다.
홍콩은 그동안 동서양 문화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영국의 오랜 지배로 서양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문화 강국으로서 위상이 높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라는 이점 때문에 홍콩으로 오는 외국인 학생과 직장인도 많다.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관광지로서 매력 또한 상당하다. 그래서 글로벌 아티스트 해외 투어 일정에 홍콩은 늘 1순위 선택지였다. K팝 아티스트들도 그동안 홍콩 공연을 통해 동서양 관객을 만나왔다.
K팝뿐 아니라 '문화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도 타격을 받게 됐다. 14년간 이어져온 홍콩의 대표 음악 페스티벌 '클로켄플랩'이 개최 일주일을 앞두고 취소됐다. 클로켄플랩은 영국인 행사기획가 재이 포스터, 마이크 힐, 저스틴 스위팅이 2008년 론칭한 홍콩 대표 음악 행사로 관객 수가 6만명에 달한다. 올해는 글로벌 스타이자, 방탄소년단과의 협업곡 '보이 위드 러브'로 국내 팬들에게도 유명한 가수 '할시'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다.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멈퍼드 앤드 선즈'도 15일 내한공연 이후 홍콩 페스티벌 참가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개별 공연을 추진한 스코틀랜드 밴드 처치스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알렉 벤저민도 홍콩행 비행기를 취소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K팝 '중화권' 시장 진출 계획 전면 수정까지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업은 언제 접어도 이상할 게 없는 불안 그 자체"라면서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K팝' 매진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