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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덤을 연출한 엠넷 조욱형 PD. [사진 제공 = 엠넷] |
K팝 아이돌에겐 '회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붙는다. 글로벌한 성공을 거둔 현재까지도 이 꼬리표는 여전히 K팝 아이돌의 주홍글씨다. 프로듀서가 시키는대로만 할줄 알뿐, 그들 스스로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은 없다는 힐난은 여전히 잔인하게 아이돌을 옭아맨다.
지난 8월 첫방송한 엠넷 '컴백전쟁 퀸덤'은 K팝 아이돌을 향한 세간의 인식에 균열을 냈다. 대표 여자 아이돌들은 '퀸덤' 안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무대'를 쏟아냈다. 그저 그런 덕후(팬을 낮춰 말하는 인터넷 용어)용 방송이라는 비난 여론은 줄어들고, 아이돌이 품은 보석같은 예술성을 발견한 무대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박봄, AOA, 마마무, 러블리즈, 오마이걸, (여자)아이들은 퀸덤 무대를 통해서 '재발견' 됐다고 할 정도다.
K팝 아이돌에 기회의 장을 마련한 이가 PD 조욱형이다.
지난 5일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제작진은 그저 무대라는 기회를 마련했을 뿐이고, 그 무대를 진짜 예술로 채워준 아티스트들이 큰 공을 세웠다"고 했다. 작은 가능성 속에서 그야말로 보석같은 무대들이 쏟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모든 일이 우연에서 시작해 필연으로 연결되듯, 여자아이돌의 '재발견'은 기획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컴백 시기의 '충돌'을 피하려는 가요계의 현 상황속에서 여자 아이돌의 '정면승부'를 보자는 게 당초 의도였다. 아이돌끼리의 '기싸움'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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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 아이돌의 잠재력을 믿는 조욱형 PD |
퀸덤 무대에서 이들은 '아티스트'로 뛰어 놀았다. 스스로 생각해 낸 무대 속에서 그들은 '해야 하는 무대'보다 '하고 싶은 무대'를 선보였다. AOA는 마마무의 '너나해' 커버 무대를 통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성 멤버들이 전부 남성 정장을 입은 대신, 남성 댄서들이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었다. 남과 여의 성 역할을 전복한 새로운 기획은 '섹시'로 점철된 K팝 무대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요정'같은 컨셉의 러블리즈, 오마이걸도 걸크러쉬 무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조 PD는 "박봄, 마마무부터 시작해서 막내 (여자)아이들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무대 하나만을 위해 달리는 모습에 '스스로 뭔가 할줄 아는 아이돌'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K팝 무대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전 직장 MBC에서다. 아이돌에게 심드렁한 3040세대처럼, 그 역시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2013년. 음악방송을 담당하게 된 그는 중독성 있는 가사에, 숨 쉴틈 없이 이어지는 안무로 무장한 아이돌의 무대를 보고 '입덕(연예인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의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음악 방송 3분으로 그들 스스로를 표현하기엔 이 무대는 너무 작다". '퀸덤'의 뿌리가 내리기 시작한 시기가 이 때일 것이다. "쉽게 휘발되는 인스턴트식 무대가 아니라, 조금 더 긴 호흡의 무대가 주어지면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뽐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성 위주의 예능이 지배적인 현실에서 여성만을 다룬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도 새로 새겼다. 그는 "남자가 아니면 재미 없다는 편견을 깨뜨린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입덕은 있어도 탈덕(팬으로서 응원을 중단하는 행위)은 없다고 했던가. K팝의 출구없는 매력에 빠진 조 PD의 시선은 스타들의 내면을 향한다. 상처받은 아이돌의 내면을 보듬는 따뜻한 프로그램은 그의 다음 목표다. "사람은 감정의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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