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콘텐츠도 1990년대로 회귀 중이다. 1990년대를 그린 영화와 드라마는 수년째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는다. 대중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대 활동했던 1세대 아이돌의 잇단 컴백도 이 같은 '레트로' 열풍과 맞닿아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병욱은 "1990년대 문화적 향수를 느꼈던 세대가 경제적 소비를 갖추면서 복고의 열기를 더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황선업 평론가 역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1990년대에 친화적인 3040뿐만 아니라,10대까지도 과거 엔터테인먼트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1990년대의 회귀는 역설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2000년대 유행곡을 실시간으로 제공한 유튜브 채널 'SBS K팝 클래식'이 히트하면서 KBS, MBC 과거 음악방송 콘텐츠를 재가공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다른 옷, 다른 음악, 다른 춤으로 무장한 1990년대 아이돌들은 디지털 세대에 새로운 '멋'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노년 세대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디지털 세대가 옛 음악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의 '온라인 탑골공원'은 최고의 인기 콘텐츠가 됐다.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한 백지영을 '탑골 청하', 김현정을 '탑골 에일리', 이정현을 '탑골 레이디 가가'라고 칭한 것도 새로운 웃음 코드로 떠올랐다. 첫 시작은 2030의 '노스탈지아'였지만, 곧이어 새로운 멋을 갈구하는 10대까지 끌어들였다.
이 같은 복고 열풍에 힘입어 1세대 아이돌의 컴백 러시가 이어졌다. 특히 1990년대 아이돌의 시초로 여겨진 H.O.T는 팬들의 향수를 다시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난 9월 H.O.T는 '2019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 Five Of Tennagers)' 콘서트를 고척 스카이돔에서 3일간 열었다. 수많은 팬들이 공연장을 찾으면서 현역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H.O.T 부활을 계기로 멤버 장우혁도 성공적인 싱글 활동을 이어갔다. 이달 29, 30일 열리는 개인 콘서트 '싱글'은 티켓이 매진됐다.
H.O.T의 라이벌 젝스키스의 리더 은지원도 타이틀곡 '불나방'으로 컴백했다. 10년 만의 솔로 앨범에서 그는 같은 소속사 보이밴드 위너의 송민호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하나뿐인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줘"로 당대 모든 아이들의 새끼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든 핑클도 최근 방송가의 예능 활동을 통해 K팝 레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혼성그룹 코요태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이달 9일부터 이틀간 단독 콘서트를 열고, 클릭비도 최근 방송 활동에 나서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같은 K팝 '원조'의 부활에는 최근 세계적 '현상'으로 거듭나고 있는 BTS, EXO 등의 성공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아이돌의 군무와 음악성이 세계적 주목을 받음에 따라 K팝 음악 기원에 대한 팬들의 호기심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황선업 평론가는 "K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과거를 재조명하는 흐름도 생겼다"며 "아이돌의 시대적 배경에 또 다른 아이돌 스타가 있었다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희열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병욱 평론가는 "과거의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과거 아이돌 음악도 새로움을 무기로 10대부터 40대까지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2세대 아이돌의 컴백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발라드를 무기로 한 가수 이수영, 브라운아이드소울,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컴백은 '댄스' 위주의 가요계 흐름에서 또 다른 '반기'를 든다. 1999년 데뷔해 '아이빌리브' '라라라' 등 숱한 히트곡을 남긴 이수영은 "가수는 노래로 답해야 한다"며 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상황. 같은 해 데뷔한 플라이투더스카이도 어떤 가수도 따라올 수 없는 음색과 고음으로 지난달 17일 정규 10집을 발표했다. 대세 아이돌로 2000년대를 사로잡은 원더걸스의 유빈도 지난달 30일 솔로곡 '무성영화'를
과거의 음악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대중문화에는 없는 새로운 사운드와 콘텐츠 등이 가미되면서 전 세대에 새로운 매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병욱 평론가는 "1990년대 음악은 3040세대에게는 문화적 향수를, 1020세대에게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매력을 뽐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