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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의 2000년작 '호랑이가 있는 풍경'(162.2x130.2cm).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
실제로 그는 숱한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 한국전쟁을 겪고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정착한 제주도에서 4·3사건을 목격했다. 원통한 죽음을 화폭에 담는게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민초의 희생을 상징하는 듯한 소 두개골과 촛불, 진달래꽃 등이 그림에 등장한다. 열려 있는 무덤은 권력이 덮어버린 비극의 진실을 언젠가는 파헤쳐 달라는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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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 2005년작 '6월의 정원'(97x130.5cm).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
그저 침묵의 여운 속에서 그가 제주에서 지역 미술 동인 '관점'을 이끌고,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조형 실험을 통해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절을 상상해봤다.
1984년 인천대 미술학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제주를 떠난 작가는 1990년대부터는 민초의 예술인 민화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렸다. 해학적으로 묘사된 호랑이, 일정한 무늬로 압축한 꽃, 나무, 산 등 자연이 화면을 지배한다. 광목천을 사용해 전통 수묵화처럼 번지는 효과도 냈다. 특히 호랑이 그림에는 '우리의 호랑이가 살아야 한다'는 문장을 새겼다. 작가는 "우리나라 호랑이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 호랑이가 살아야 한다는 문장 안에는 강인하고 멋진 내용이 내표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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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 2000년작 '풍경'(135x162.5cm) |
그런데 2012년 이후 붓을 들지 않고 있다. 작가는 "심각하게 충격을 받는 일이 있어야 작업을 하는데, 그러한 일이 별로 없고 멍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보니 그림을 그릴 소재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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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 1981년작 '그날'(98x132cm). <사진제공=가나아트센터>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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