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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HMV&BOOKS HIBIYA COTTAGE 서점에 마련된 일본 11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만든 한국문학 페어전시.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김수현 `나는 나로 살고 싶다` 등 30여종이 넘는 한국 출판물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제공 = 김승복] |
# 2. 지난 20일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일본 대형출판사 쇼분사 사토야마사 헤이본샤 신센샤 키네마쥰포사 등 7개사에서 편집자·디자이너 등 10명이 한국의 책을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한국의 저작물을 일본에 중계하는 에이전트인 쿠온출판사 김승복 대표가 한국 출판사와 만날 수 있는 교류프로그램을 유료로 모집했더니 일본의 '큰 손'이 총집결한 것이다. 도서전을 관람한 뒤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 문학과지성사 등 대형 문학출판사 편집자들과 이틀 동안 만나, 국내 주요 작품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수집해 일본으로 돌아갔다.
반세기 동안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일본 출판 시장이 열리고 있다. 출간 5개월만에 13만 부를 돌파한 '82년생 김지영'과 방탄소년단(BTS)이 빗장을 열면서 일어난 변화다.
BTS 정국이 읽은 책으로 알려진 김수현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본 아마존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오른 끝에 최근 15만부를 돌파했다. 역대 한국 출판물로는 신기록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몸값이 급등한 건 '나는 나로…'가 한국 에세이도 일본에서 팔린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신동해 주간은 "일본의 젊은층도 사토리 세대로 불리고, 한국과 과로사회라는 문화적 코드를 공유하고 있어서, 청춘 세대의 고민을 다룬 에세이가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승복 대표는 "한국 드라마에 노출되거나 아이돌이 읽은 책에 대한 판권 문의가 늘고 있다. 문학이 아닌 책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국 베스트셀러를 향한 관심이 커진다면 100만엔 이상의 선인세를 받고 팔리는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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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롯폰기 츠타야 서점에 진열된 '82년생 김지영'. |
특히나 각광받는 건 여성 작가의 소설이다. 한강 편혜영 김애란 황정은 최은영 김혜진 정세랑 등은 일본에서 전작을 앞다퉈 사가고 있다. 최근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과 김혜진의 '중앙역'은 출간 전 2쇄를 찍었다. 진보초에서 한국문학 전문서점인 '책거리'를 운영하기도 하는 김승복 대표는 "서점에서도 달라진 일본 독자들의 관심이 느껴질 정도다. 여성 작가들의 높은 문학성에 감탄하는 독자들이 많고 그 덕분에 책이 일본으로 수입되고 실제로 팔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대형 서점 120개 점에서는 일본의 11개 출판사가 공동으로 만든 한국 문학 페어전시가 마련되어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을 알리고 있다. 시장에서 반응이 오자, 일본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쿠온출판사를 통해 묵묵히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해오던 김 대표는 3년 전 인터뷰에서 "천천히 언젠가는 일본 독자들이 다가올 거다. 시간이 걸릴 뿐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3년만에 희망은 현실이 됐다. 그는 "일본에 한국어 번역가 풀도 많은 편이라, 한국에서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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