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방탄소년단 5기 팬미팅 행사 '머스터 매직 숍(BTS 5th Muster Magic Shop)'이 열린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예매자와 관람자가 다르거나 주최 측에서 요구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100여 명의 입장이 통제되면서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암표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이번 팬미팅에 추첨제를 도입했으며, 타인에게 양도받은 티켓으로는 입장이 불가하다고 사전 공지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의 표를 대리 예매한 관객 등이 입장을 허가해달라고 주장하면서 보안요원과 이들 사이에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팬미팅 종료 직후엔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공간에서 소속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입장에 실패한 관객들이 올린 '보안요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등 각종 게시물이 잇따랐다. 오는 22·23일 서울에서 열릴 팬미팅의 양도표를 구매한 사람들까지 가세하면서 비난 여론은 한층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머스터 해명해'란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소속사 비난 게시물이 한때 80만개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삽시간에 여론은 급반전됐다. 소속사의 사전 공지를 숙지하지 않은 팬의 잘못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번 행사는 일반 콘서트가 아닌 팬미팅이었다. 건전한 팬덤 문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검사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입장하지 못한 미성년 팬의 경우 매끄럽지 못한 진행을 아쉽게 느낄 수 있겠지만, 공지한 가이드라인하에서 진행됐다면 문제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K팝의 인기와 함께 아이돌 콘서트 시장은 암표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월 서울에서 열린 워너원 서울 콘서트에서는 원가의 91배에 달하는 1090만원짜리 암표가 나와 이른바 '플미충(프리미엄 티켓을 파는 암표상을 벌레에 빗댄 말)' 문제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론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결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여전히 다수 암표상이 매크로(자동명령 프로그램)를 이용해 선호 좌석을 대량 구매한 후 고가에 되파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 양도표 거래 사이트에는 이번 주말 방탄소년단 서울 팬미팅 티켓이 원가의 55배에 달하는 550만원에 올라와 있으며,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엑소 콘서트도 정상가의 20배가 넘는 암표가 등록돼 있다.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다음달 방탄소년단의 일본 오사카 콘서트가 원가보다 30~40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빅히트는 이번 서울 팬미팅에서도 티켓과 신분증을 전부 대조한다는 계획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는 암표를 구매하지 말자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며 "암표 매매를 부끄럽게 만드는 문화를 만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암표 근절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온라인상 공연 암표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
그는 "현장 암표 거래는 경범죄 처벌법으로 규율하고 있으나, 인터넷을 통한 암표 거래에 대해서는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박창영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