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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남산한옥마을에서 잔나비 멤버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키보드 유영현, 베이스 장경준, 보컬 최정훈, 기타 김도형, 드럼 윤결. [이승환 기자] |
"덕을 봤죠. 근데 저희는 '레트로'를 하겠다고 작정한 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했을 뿐이거든요. 물론 이번 앨범에서 타이틀 곡은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라고 하는 음악에 가깝긴 해요. 하지만 그 외 노래는 밴드 음악의 클래식이라고 생각해요."
자신들은 밴드 음악의 고전을 복원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운때가 맞아서 히트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건넨 음반엔 '그룹 사운드' 잔나비라고 적혀 있었다. 1960~1970년대 우리 가요계에서 밴드를 가리킬 때 쓰던 명칭이다. 뭐 하나 최신 것이 없다. 최정훈은 휴대전화도 2G 폴더폰을 쓴다. 모두 앞다퉈 5G '최초' 수식어를 달려고 할 때 그는 2G의 '최후' 수호자처럼 굴고 있다.
"앨범 작업할 때는 도형(기타), 영현(키보드)이랑 같이 살았거든요. 가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긴 했지만, 사실 그 시간마저도 음악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정말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폴더폰으로 바꾸면 멤버들도 바꿀 줄 알았는데 안 그러더라고요(웃음)."
소설가처럼 스스로를 감금하는 작업 방식이다. 초연결 사회에 살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트렌드를 거스르고 있다.
"저희는 23살, 25살 이때쯤부터 말 그대로 동고동락했어요. 당시만 해도 열심히 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하지 맙시다' '살살합시다' '너무 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맙시다' 이런 분위기잖아요. 혼란을 많이 느꼈어요. 주변 친구들은 그런 라이프스타일로 살고 있지만 저희는 배수진을 치고 젊은 시간을 올인했거든요. 근데 웃긴 건 저희가 봤을 땐 그들보다 저희가 더 행복한 것 같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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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작업에서 내공이 부족해 급하게 작업했거든요. 의도했던 대로 안 나온 파트가 눈에 밟혀요. 그래서 다행인 건 다음 앨범에 욕심이 더 생긴다는 거죠."
잔나비는 2012년 결성됐다. 보컬 최정훈, 키보드 유영현, 기타 김도형, 베이스 장경준, 드럼 윤결까지 다섯 멤버는 모두 92년생 원숭이띠다. 팀명 잔나비는 원숭이를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친구가 지어줬다.
처음부터 '로켓트'(2014년 발표한 데뷔곡)처럼 날아오른 건 아니다. 2013년 엠넷 '슈퍼스타 K' 시즌5에 출연했을 때 심사위원 윤종신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떨어뜨렸다. 최정훈은 "진정성 있는 조언이었기에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고 나니깐 저희가 그전까지 겉멋 들어서 음악을 했단 걸 돌이켜볼 수 있었죠. 찌르는 것들이 있어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오히려 '너네 잘해'라고만 하는 건 도움이 안 됐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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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앨범 `전설`의 재킷 이미지. 멤버들이 곡 작업을 하며 짓는 표정과 닮았다고 한다. [사진 제공 = 페포니 뮤직] |
최정훈 혼자의 발언으로 인터뷰를 정리했지만 사실 다섯이서 '그룹 사운드'로 만든 답변이다. 최정훈의 말에 공간이 생기면 넷이 한마디씩 보태 공백을 메우고, 누군가 화제를 꺼내면 최정훈이 완성 짓는 식이었다.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직언과 첨언이 난무한다고 한다. 다른 멤버 의견이 별로면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쉰다. 그때의 우울한 표정을 앨범 재킷에 담긴 남자 얼굴로 그려냈다. 서로의 말에 좌절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과정이다. "잔나비는 함께하는 거니깐 다른 사람 아이디어가 좋아야 신나는 거잖아요. 같이 좋은 곡 만들면 모두에게 좋은 거고요."
여전히 일주일에 열 번은 만난다는 이들은 서로에게 주저함이 없는 친구들이었다.
여름에는 각종 페스티벌 메인 아티스트로 오른다. 11·12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청춘페스티벌', 같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