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걸쳐 이어온 '어벤져스'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작품다웠습니다.
올해 최대 화제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어제(23일) 오후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습니다. "마블 영화 10년을 집대성했다"는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 대표 말은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10년간 관객과 함께한 어벤져스 전사들에 바치는 헌사 같은 영화였습니다.
3시간 1분의 러닝타임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 호크아이(제러미 레너) 등은 물론 앤트맨(폴 러드), 캡틴 마블(브리 라슨) 등의 활약상이 빼곡하게 스크린을 채웁니다.
영화는 전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빌런 타노스에 패배한 어벤져스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출발합니다. 타노스는 우주를 관장하는 여섯 개의 돌,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손에 넣고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앴습니다.
대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슈퍼 히어로들은 지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지냅니다.
'캡틴 아메리카: 원터 솔저'로 슈퍼 히어로들의 고뇌를,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슈퍼 히어로들의 분열과 갈등을 그리며 세계관의 깊이를 더한 안소니 루소와 조 루소 형제 감독은 이번에도 철학적 성찰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어벤져스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며 내면을 돌아보고 정체성을 깨닫습니다.
영화는 관객을 웃기고 울립니다. 위기의 순간 나타난 캡틴 마블을 '신참'이라 부르며 견제하는 모습 등 깨알 같은 마블식 유머는 웃음 타율이 제법 높습니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작품답게 진한 가족애도 곳곳에 스며있습니다.
일부 슈퍼 히어로의 달라진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입니다. 전편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한 토르가 처음 등장할 때는 객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을 정도입니다.
전편에서는 모든 히어로가 지구, 우주 공간으로 각기 분산돼 싸웠다면 이번엔 한 곳에 모입니다. 히어로들이 마침내 한곳에 모일 때의 감동은 마블 팬이 아니어도 크게 와닿습니다. 유대감 또는 연대감 같은 보편적인 감정과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케빈 파이기는 최근 내한 기자회견에서 "휴지를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했으나 휴지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전편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사인 "최종 단계다"(We're in the endgame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그러나 엔딩 크레디트에 배우들 이름이 한명씩 올라갈 때 또 다른 감동이 밀려옵니다. 슈퍼히어로들의 어깨를 토닥여주며 말하고 싶어집니다. "지난 10년간 고마웠어요! 어벤져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