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노래를 스스로 홍보한 적이 거의 없어요. 오락 프로그램에 나온 후배들이 따라 하면서 히트가 많이 됐거든요."
그러더니 현숙은 자신을 모창하는 사람들 흉내를 냈다. '현숙 모창'에 필수적인 특유의 과장된 비성까지 따라하며 '건곤감리 청홍백' '요즘여자 요즘남자'를 한 소절씩 부르고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설사 누가 내 험담을 하더라도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하며 이해하려고 한다"며 "내가 여기까지 올라온 건 전부 인복이 많아서다. 함께해야 행복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담은 새 노래 '김치볶음밥'을 발표한 현숙과 최근 서울 강남구 모 식당에서 만났다.
'함께라면 행복하죠/김치김치볶음밥'이라는 가사가 하이라이트인 이번 노래 작사는 현숙이 직접 맡았다. 자신이 한번씩 놀러가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주는 이웃 모습을 보며 가사를 지었다고 한다.
"엄마 돌아가셨을 때 아파트 앞에서 만날 울어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랬거든요. 근데 이웃이 그러는 거예요. '씩씩하게 살아야 현숙 씨 엄마 아빠도 좋아한다'고. 엘리베이터에서 저는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해요.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이웃들과 나눠 먹어요. 아파트에서는 모두가 제 보호자예요."
이웃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현숙은 '김치볶음밥'을 포함해 총18곡이 수록된 새 앨범 제작에도 이들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음반 타이틀곡을 고르기 전에 대중목욕탕에 가서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앨범에서 타이틀곡 후보 몇 개를 두고 사람들한테 가르쳐주는 거예요. 그중에서 제일 잘 따라 부르는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고르죠. 이번에도 목욕탕에서 '김치볶음밥'을 시켜봤거든요. 제가 '함께라면 행복하죠' 하니깐 다들 '김치김치볶음밥'하면서 따라 하더라고요. 할머니고 아가씨고 다 같이."
이날 현숙은 일명 '뱅헤어'를 하고 나타났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격투기 선수 추성훈의 딸 추사랑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이웃집 딸아이 머리를 보고 자신도 따라 잘랐다는 그는 항상 젊은 감각으로 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에 조카 가영과 일영, 국내 최정상 안무가 팝핀현준(남현준)을 참여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항상 정통 트로트는 안 해요. 나이 관계없이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국민 노래 만들고 싶거든요. 현준이랑은 굉장한 절친이에요. 공연하느라 남미 브라질월드컵 같은 곳을 많이 다녔어요. 올해도 8월 22일에 공연이 있어요. 제가 한국브라질소사이어티(KOBRAS·코브라스) 부회장인데요. 일년에 한번씩 함께 가서 공연해요."
효녀 가수라는 표현은 늘 부담스럽다고 한다. 전북 김제에 '현숙 효열비'가 세워진 후로 부모에게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2004년부터 작년까지 전국에 기증한 목욕차량만 16대다. 부모에게 못다 한 효도를 다른 어르신에게라도 실천하기위해서다. 그는 자원봉사자들도 이 차량을 운행하며 남의 부모에게 효도할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람이 있잖아요. 매년 한 대씩 기증하
1982년 현숙의 '포장마차'가 나왔을 때 전국 포장마차 매출이 일제히 올랐다고 한다. 그는 이번 '김치볶음밥'을 통해서도 분식집 매출이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