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로 승격

↑ 기사계첩의 한 부분. [사진 제공 = 문화재청]

빛을 이용한 사진이 부재했던 시절, 물감을 활용한 회화는 모든 이미지의 으뜸이었다. 그 중에서도 조선 시대 궁중회화는 당대 이미지의 초절정을 이뤘고, 지금도 귀히 여겨진다.
18세기 초 대표 궁중회화로 꼽혀온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耆社契帖)'이 325번째 대한민국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1719~1720년 그려진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한다고 6일 밝혔다.
기사계첩를 이해하려면 1719년 조선 19대 임금인 숙종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조선 시대엔 임금이 60세가 되면 70세 이상의 정2품 이상 문관은 기로소(耆老所)에 입소했다. 처음엔 고위 문신이 모이는 경로당 역할이었다가 향후 왕까지 참여하면서 일종의 최고위급 관료 우대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숙종은 59세여서 문신들이 기로소에 들어갈 시기가 되진 않았으나 태조 이성계가 70세 되기 전 60세로 들어간 전례가 있어 입소했다. 기로의 역사는 중국의 당·송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고려 시대에도 기영회(耆英會)를 조직한 바 있다.
기사계첩은 이쯤에서 등장한다. 계첩은 관료들이 계를 조직해 만든 화첩으로, 일종의 기념사진과 같았다. 숙종 시절의 기사계첩은 기로소 입소한 문신들의 친목용 화첩인 셈이다.
계첩은 기로신(耆老臣)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려한 채색,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적절한 명암법을 통해 사실성을 극대화한 얼굴 표현은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준 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점도 국보 승격의 가치를 높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