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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원 소설가 |
'붉은머리오목눈이'로도 불리는 뱁새 '육분이'가 화자다. 뻐꾸기 새끼를 자기 알로 착각해 대신 키우는 조류가 뱁새다. "조부 묘소에서 뻐꾸기 소리를 듣고, 뻐꾸기 동선을 떠올렸다. 미얀마, 태국에서 온다고 알려졌으나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어림잡아 1만4000km다. 돌아가는 먼 길을 생각했다." 하나의 소리에서 천리 밖을 듣고 하나의 모습에서 천 리 밖을 보는 자가 소설가일까.
뱁새 육분이는 자기 몸집의 열 배에 달하는 '앵두'를 자식인양 키운다. 앵두가 영영 사라지자 육분이는 아프리카행을 결심한다. 훈훈한 동화같던 소설은 이쯤에서 예리한 도끼로 몸을 바꾼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빠른 것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지는 않아. 어디로 갈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와 방향을 아는 게 중요하지"(33쪽)란 문장은 소설을 압축하는 문장이다.
우수리강에서 아무르강으로, 티베트고원 남동쪽 샹그릴라로, 히말라야로, 방글라데시아 인도, 페르시아, 시리아, 레바논, 잠비아, 짐바브웨로의 여정이 순식간이다. 이타심, 자존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혐오심, 모멸감이 밀물처럼 들이친 세상에서 이 책은 희생의 의미를 되짚으며 인생의 우화라는 지위를 획득한다. 육분이는 앵두를 만날까, 만나서 무어라 말할까, 궁금해진다.
뱁새 육분이의 곁엔 '철학하는 오목눈이'가 현자(賢者)처럼 머문다. 존재와 운명을 둘러싼 육분이의 고민과 맞닿았다. "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새의 자리라네. 그래서 늘 비어 있는 거지"(57쪽)라거나 "어떤 목숨붙이도 자기가 태어날 자리를 자기가 결정할 수 없다네. 우리 스스로가 있을 자리를 결정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64)란 문장의 외형은 가볍지만 무게는 묵직하다.
"뻐꾸기 새끼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아프리카로 떠나는 뱁새의 삶과 여행을 담았다. 뻐꾸기가 돌아올 여름을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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