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국 최대 음악 스트리밍 기업인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그룹(TME)과 음악 유통을 포함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TME는 텐센트의 음악 사업 부문이다. 중국 1∼3위 음원 사이트인 큐큐뮤직, 쿠거우뮤직, 쿠워뮤직과 노래방 앱(애플리케이션) '위싱'을 보유해 유료 이용자만 약 8억명을 확보하고 있다. 작년 말 뉴욕 증시에 상장해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아마존뮤직과 함께 세계 4대 음원 플랫폼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SM은 중국 내 음악 콘텐츠 유통·마케팅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보이그룹 NCT 중국팀 격으로 올해 데뷔한 웨이션브이가 프로모션에 힘을 얻을 전망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양사가 파트너십을 체결한 직후 리포트를 내 "텐센트와 음원 계약한 것만으로도 연간 50억원 정도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2019년부터는 사드 규제 완화 없이도 의미 있는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M은 2017년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제한령)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 시장 공략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였다. 한세민 SM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콘텐츠 유통과 마케팅 협력을 진행할 것"이라며 사업 제휴 범위가 단순 음원 유통을 넘어섬을 암시했다.
JYP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텐센트와 합작사 신성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첫 프로젝트로 전원 중국인 멤버로 이뤄진 보이그룹 보이스토리를 선보였다. 이 팀은 연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19 AWARDS FEIA(Fashion And Entertainment Influence Awards)'에서 '2019년 가장 기대되는 그룹상'을 받는 등 현지 인기를 급속도로 향상시키고 있다.
주요 주주 명단에 텐센트를 올린 기업도 있다. YG는 2016년 텐센트, 그리고 중국 온라인 티켓 플랫폼 웨잉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양사가 보유한 YG 지분은 현재 11.6%에 달한다.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폭넓은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는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텐센트는 이 회사 전체 주식 중 8.2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M은 아이유 소속사이며, 이 밖에도 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 에이핑크의 플랜에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엔 이병헌의 BH엔터테인먼트, 공유가 있는 숲엔터테인먼트, 김태리가 소속된 제이와이드컴퍼니까지 인수해 가수와 배우를 아우르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수 한국 연예기획사는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기업과 협업하게 된 것을 새로운 도약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텐센트 시가총액은 460조원가량으로 약 270조원대인 삼성전자 시총을 크게 앞서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국 기업이 텐센트와 손을 잡으면 중국뿐만 아니라 중화권 전반에 걸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기업과 협업하는 데 대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정병욱 대중음악 평론가는 "중국 거대 기업 자본이 한국 엔터 산업에 침투함으로써 K팝의 개성이나 특수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며 "현재 중국 아이돌 시장은 거대 자본에 힘입어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면면은 몇 년 전 K팝 유행을 답습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텐센트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이미 불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텐센트TV가 중국판 '프로듀스 101'으로 제작한 '창조 101' 사례다. 이 프로그램에서 1·2위는 모두 한국 걸그룹 '우주소녀'의 중국 멤버들이 차지해 2년 시한부로 활동하는 11인조 '화전소녀'로 데뷔하게 됐다. 애초 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 제작진은 이들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위에화엔터테인먼트에 원 팀과 병행 활동이 가능하다고 했으나 방송 종료 후 돌연 태도를 바꿨다. 2년 동안 프로젝트 팀에만 집중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지난 1월 우주소녀가 컴백했을 때 화전소녀로 활동 중인 미기와 선의는 함께하지 못했다.
국내 엔터사와 중국 자본이 충돌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JC그룹 한국지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는 한국 연예기획사 판타지오 최대주주가 된 뒤 창업자 최고경영자(CEO)였던 나병준 씨를 2017년 이사회에서 해임하는 행위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중국 자본이 K팝 콘텐츠에서 기획력만 쏙 빼가고 나중에 합작 기업은 내치는 행태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는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FT아일랜드가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 쑤닝유니버설미디어 역시 중국 기업으로, FNC엔터 지분 22%를 들고 있다. 걸그룹 EXID가 소속된 바나나컬쳐 대주주는 중국 상하이바나나계획문화발전회사다. 영화계에서는 신생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가 중국 화이브러더스의 투자로 탄생했다.
물론 한국 제조업이 경험한 중국 자본의 '먹튀'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당장 일어날 것이라는 추론은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전히 K팝과 C팝(중국 대중음악) 사이에는 엄연한 경쟁력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예기획사들이 눈앞의 차이나머니에 흥분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약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쟁력은 한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