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K팝 / (16) IH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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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디 데뷔부터 6집까지를 함께한 이 회사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다시 매니지먼트를 맡으며 다채로운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지오디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동년배 아이돌 그룹보다 단합이 잘 되고, 팬들과 접점이 넓은 것 역시 친정 iHQ로 돌아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왜 iHQ는 근 10년 만에 지오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iHQ를 '복고'라는 키워드로 살펴봤다.
◆ 세계적 복고 트렌드
2019년 전 세계 가요 시장은 복고 열풍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11월 재결합을 밝힌 영국의 걸그룹 조상 '스파이스걸스'는 오는 5월 각지에서 대규모 투어 공연을 할 예정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끝으로 각자 활동을 펼쳐온 이들이 공연을 하는 건 7년 만이다.
아일랜드 출신 보이그룹 '웨스트라이프'는 최근 싱글음반 '헬로 마이 러브(Hello My Love)'를 공개하며 컴백 활동을 본격화했다. 1998년 데뷔해 5500만장 넘는 음반을 판매한 웨스트라이프는 2012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솔로 활동에 몰두했고, 지난해 결성 20주년을 맞아 다시 뭉쳤다.
이 밖에도 원조 미소년 보이밴드인 미국 '백스트리트보이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을 도는 공연을 진행 중이다.
옛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돌아오는 이유는 음악과 기억의 상관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김반야 음악평론가는 "최근 스포티파이 조사에도 나왔듯이 30·40대가 되면 신곡보다는 10대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찾아 듣는 경향이 크다"며 "청소년 시기가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음악에 대해서도 오픈 마인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30·40대가 지닌 경제적 여유도 레트로 열풍에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대가 10대 시기의 음악을 소비할 땐 예산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다.
◆ iHQ의 탈신비주의
한국에서도 MBC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을 통해 에이치오티(H.O.T.),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들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무런 잡음 없이 활동하는 건 지오디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H.O.T.가 지난해 콘서트를 진행할 당시 팀명을 두고 상표권 분쟁에 시달리고, 젝스키스는 핵심 멤버의 일탈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동안 지오디만 꾸준히 음악, 공연, 방송 활동을 지속해온 것이다.
여기엔 iHQ의 탈(脫)신비주의 전략이 한몫했다. 아이돌이라면 일단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던 오랜 관습을 깨고 iHQ는 지오디가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최대한 늘렸던 것이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지오디는 당대 트렌드와 다르게 꾸준한 방송 출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유지해왔다"며 "다른 그룹에 비해 지오디는 개인 사생활이나 팀워크에서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지오디 외에도 조보아, 장혁, 김유정, 류승수 등 iHQ 소속 연예인은 주로 꾸미지 않은 소탈한 매력으로 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god급 호재 만날 수 있을까
지오디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근래 iHQ는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니지먼트 사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음원을 자체 제작하고, 다양한 TV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등 국내에서 가장 체계적인 수직 계열화를 이뤄낸 미디어 회사로서는 다소 아쉬운 행보라는 평가다. 매출은 2018년 1118억원으로 2017년 1266억원에서 12%가량 역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약 11% 빠졌다. 주식 시장에서 평가도 회의적이다.
지난 1년간 경쟁 연예기획사와 콘텐츠 제작사 주가가 크게 뛰는 동안 iHQ 주가는 답보했다. 모회사 딜라이브가 iHQ 매각을 지속 추진 중이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비(非) 매니지먼트 영역에서 불안감이 지속되면 소속 연예인 관리 역시 부실해질 우려가 없지 않다.
iHQ는 항간의 이런 우려의 시선을 불식시킬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과거 연간 3편 내외에 그쳤던 자체 드라마 제작 규모를 올해 10편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로써 iHQ는 드라마 제작 편수 기준으로 국내 드라마 제작사 중 3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아울러 '골목식당'으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드라마 제작사의 시장 가치가 올라가는 동안 iHQ는 소외돼 왔다"며 "iHQ가 드라마 제작사로서 지닌 가치가 다시 부각되는 시점이 올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