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조 걸그룹 CLC는 연신 "노(no)"라고 외쳤다. 대중이 걸그룹에 기대하는 청순, 섹시, 애교를 모두 거부했다. 여자 아이돌에게 순종적 이미지를 요구하는 한국 가요계에선 여전히 드물고 힘든 시도다. "난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해"('핫 이슈' 中)라고 외치던 10년 전 포미닛을 떠올리게 하는 도발적 모습이었다. CLC는 포미닛의 소속사 동생 그룹이다.
아이돌 그룹 CLC가 미니 8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무려 11개월 만이다. 음반 이름은 '노 원'(No.1).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음악을 한다는 의지의 '노 원(No one)'과 1등을 뜻하는 '넘버 원'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담았다고 한다.
걸크러시(Girl Crush·여성이 여성에게 환호받는 현상) 명가 큐브엔터테인먼트 출신다운 포부다. 이 회사 선배 그룹 포미닛과 작년 데뷔한 신인 팀 (여자)아이들까지 소위 '껌 좀 씹어본 언니들'로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15년 데뷔한 CLC가 처음부터 시크한 이미지로 나왔던 건 아니다. 청순한 콘셉트로 시작해 2017년 '도깨비'부터 강렬한 느낌을 내세웠다. 힘찬 안무를 보여준 지난해 '블랙 드레스'(BLACK DRESS) 이후엔 여성 팬이 급증했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원래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고 느낀 계기가 됐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이들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타이틀곡 '노(No)'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큐브 걸크러시 역량을 집결한 노래다. 역동적 베이스라인이 돋보이는 댄스곡에 맞춰 멤버들은 선이 굵은 안무를 소화했다.
작사·작곡엔 후배 그룹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참여했다. 승연이 "유진이 파트인 '청순 섹시 귀엽다는 말도/ 그 말 하나론 날 표현할 수 없어'란 가사가 유진이에게 잘 어울린다"고 소개하자, 유진은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제 입으로 할 수 없어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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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