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솟은 성당과 화려한 궁전에는 민중의 피땀과 처절한 권력투쟁의 역사가 서려 있다. 군중이 모이는 광장과 거리에는 혁명의 함성과 살육의 흔적이 숨어 있다.
누구나 민주주의를 최고의 정치 제도로 꼽지만 정작 그 역사적 맥락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프랑스, 영국, 독일의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며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간다. 민주주의의 역사와 관련된 아이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사회학을 전공한 부장판사인 아빠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답해준다.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민주주의나 정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그 역사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얼핏 이 책은 우리나라와 동떨어진 유럽에 관한 이야기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 그 내용은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베르사유궁전과 바스티유감옥에서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권력이 왕에서 시민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이내 사형 제도 찬반 논란과 최근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까지 이어진다. 동·서독의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과 통일의 효용을 따져보기도 한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민주주의를 막연한 개념이 아닌,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판
한편, 저자인 유영근 씨는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20여 년간 재판에 매진하면서 얻은 경험을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을 종종 발표하고 있다.
유영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00쪽.
[ MBN 문화부 조일호 기자 / jo1h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