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컬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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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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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두가 아래로 고꾸라질 때 꿋꿋이 솟구쳐 오르는 수치가 있었으니 바로 방탄소년단의 음반 판매량이다. 이 팀은 미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음반 60만3307장을 판매해 아티스트별 앨범(디지털과 실물 전부 포함) 판매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에미넴에 이어 두 번째 순위이며, 방탄소년단 밑으로는 밴드 메탈리카(4위), 레이디 가가&브래들리 쿠퍼(5위), 저스틴 팀버레이크(10위), 에드 시런(11위) 등 글로벌 톱스타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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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면을 살펴보면 이 순위가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1위를 기록한 에미넴은 75만여 장을 팔아 2017년도 1위였던 테일러 스위프트가 기록한 218만장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심지어 2017년도 76만5557장을 팔며 6위를 기록했던 핑크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 주류 음악에 대한 음반 구매가 줄어드는 동안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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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시장에서 K팝으로 인한 음반 판매량 상승은 오래전부터 관측돼온 현상이었다. 판매량 기준 1~100위 앨범의 판매량 총계는 2011년 508만장에서 2013년 667만장까지 뛰었다. 지난해에는 급기야 5년 전의 3배에 달하는 1933만장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에서 실물 음반시장의 호황은 축소되는 세계 음반 산업 트렌드에 탈동조화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 현상이다. 여기엔 팬미팅 참여 확률을 높이려는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 다수 연예기획사는 실물 앨범을 구매한 팬들을 대상으로 팬미팅 응모권을 제공한다. 이에 팬들은 CD를 10~20장씩 구매하면서 팬미팅 참가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시도한다.
하지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미국 팬을 대상으로는 CD와 팬미팅 응모권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즉, 미국에서 판매된 앨범 약 60만장은 전부 실수요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물 앨범을 소유하려는 심리이고, 아티스트가 정해둔 트랙을 따라가면서 '음반' 단위 감상을 하겠다는 의지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에서 역시 K팝 음반 구매와 팬 사인회 응모권을 엮은 이벤트가 없었더라도 음반 판매가 연도별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거나, 최소한 감소 폭이 해외에 비해 작았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기존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에서 익숙했던 아이돌 소비 방식이 북미 현지에 통하고 있다고 본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의 경우에도 물리 음반과 기타 부가상품의 판매 실적이 과거보다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여러 보이·걸그룹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내년에는 아티스트별 음반 판매 차트에사 더 많은 K팝 가수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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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인형을 만들기로 한 미국의 마텔은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회사다. |
세상의 디지털화(化)에 거스르는 K팝 팬들의 소장욕을 공략하기 위해 여러 기업은 연계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발표된 마텔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간 파트너십이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미국 완구기업 마텔은 지난 7일(현지시간) 홍콩 완구·게임박람회에서 방탄소년단 모습을 담은 인형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이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온 의상을 콘셉트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 회사 주가는 발표와 동시에 급등해 전일 대비 7.68% 올랐다. 이외에도 KB국민은행이 방탄소년단과, 신한은행이 워너원을 모델로 체크카드를 출시하면서 카드 발급량이 크게 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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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은 워너원 멤버의 모습을 담은 체크카드를 지난해 출시해 4개월 만에 발급 10만좌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제공=신한은행 |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