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컬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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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미시스터즈의 작은미미(왼쪽)와 큰미미. 이들은 실명을 밝히지 않는 신비주의를 고집한다./사진=김종식 |
▲초기의 미미시스터즈.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에 맞춰 춤 추고 있다.
2008년 미미시스터즈는 장기하 옆에서 흐느적대며 나타났다. 사람들은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그 몸짓에 환호했다. 의미와 해석이 과잉된 시대, 그들은 무의미한 춤사위를 통해 관객에게 잠시 동안이나마 해방감을 안겼다.
데뷔 10주년 맞이 EP(4~8곡 정도가 수록된 녹음물)를 낸 미미시스터즈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방구녹음실에서 만났다. 타이틀곡은 '우리, 자연사하자'.
"걱정 마 어차피 잘 안 될 거야" "우리 자연사하자/혼자 먼저 가지 마" "아플 땐 의사보다 퇴사"('우리, 자연사하자' 中)
이처럼 죽음에 대해 말하는데, 사운드는 명랑 만화 삽입곡처럼 밝다. 굉장히 신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로 노래한다. 노래 전반부를 들려준 이들은 "죽자는 게 아니라 살자는 이야기"라며 운을 뗐다.
▲미미시스터즈 '우리, 자연사하자'의 뮤직비디오
-제목에서 예상한 것과 달리 경쾌한 트랙이군요.
▷작은미미=죽자는 게 아니라 살자는 이야기니까요.
-젊은 지인이 갑작스레 세상을 뜨면서 곡을 쓰게 됐다고요.
▷작은미미=그때 저희를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자연사하자'는 말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저희처럼 슬픈 일을 당하신 다른 분들을 생각하게 됐죠.
▷큰미미=저희도 데뷔 10주년이 되니깐 홍대 음악씬(scene)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쌈지페스티벌'에서 10년 전에 본 친구들이 지금은 절반 정도만 남아 있고, 남아 있는 팀 중에서도 대다수는 활동을 별로 안 하고 있고요. 그 친구들이 음악의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과정에 힘겨워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뮤지션으로서 자연사한다는 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더군요. 10년 전에 우리 음악을 들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엄마 아빠가 되고, 생업에 치여서 공연을 전처럼 많이 보러 오지 못하죠. 그래서 '10년 됐어, 다시 한번 가보자'는 말을 남기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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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지난 10년 간 가수 외에도 각각 직업을 가졌다. 최근까지도 대기업 계열 공연장의 기획 팀장이었던 큰미미(왼쪽)는 "생계와 미미시스터즈를 병행하면 그 사이에 교집합이 생겨 즐겁다"고 말했다./사진=김종식 |
-일본어와 영어 버전도 만들었는데요.
▷큰미미=해외 팬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요. 외국에도 이런 메시지로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고 봤거든요.
▷작은미미=제가 외국어 가사 초안을 잡았어요. 하지만 이거는 우리끼리 하고 노는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네이티브 스피커 친구들을 섭외했죠. 일본에 사는 일본인 친구, 영국에 사는 영국인 친구, 한국에 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친구…. 지인의 지인까지 통틀어서 10명 정도가 번역 감수와 발음 디렉팅에 참여했어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작은미미=나라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더라고요. 가장 어려운 건 '자연사하자'는 제목을 번역하는 일이었죠.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이야기라. '레츠 다이 내추럴 데스'라고 잡아봤더니, 이번에 엔지니어링을 봐준 훈조가 데스 메탈이냐고 물어보고(웃음) '죽자'가 부담스러운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결국 '살자'는 이야기라고 설명했죠.
▷큰미미=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떠올릴 기회가 생기니까요.
-미미시스터즈처럼 유쾌한 밴드도 극단적인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나요.
▷큰미미=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생각 안 해본 사람 있나요? 없을 거 같은데요.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더 신나는 음악을 하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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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미미(오른쪽)는 인도 주재원인 남편과 함께 인도에 산다. 매주 월요일 큰미미와 진행하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레트로 먼데이`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미미시스터즈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사진=김종식 |
미미시스터즈는 2010년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독자적 음악활동을 이어왔다. 정규 앨범을 2장 냈으며, '미안하지만 미친 건 아니에요'라는 제목으로 에세이집도 출간했다. 큰미미는 직장인, 작은미미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삶도 유지해왔다.
-데뷔 이후 줄곧 선글라스를 쓰고 활동 중인데요. 레퍼런스로 삼은 그룹이 있나요.
▷작은미미=굳이 따지자면 슈퍼 히어로를 참고했어요.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요. 일상에서는 굉장히 지질한데, 의상만 입으면 확 바뀌잖아요. 슈퍼맨, 스파이더맨도 그렇고, '디트로이트 메탈시티'의 남자 주인공도 예가 될 수 있겠네요.
▷큰미미=선글라스는 익명 게시판 같은 역할을 해줘요.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털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지금 가진 걸 나중에 다 바꾸더라도 선글라스만큼은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노안이 오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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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미시스터즈가 오는 9일 펼치는 10주년 디너쇼 `우리, 자연사하자`. 티켓가는 6만6000원부터 시작하며, 장수기원주, 제철 도시락이 제공된다. |
이들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시스터즈 음악을 탐닉해왔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자신들에게 바니걸스 노래를 들려준 후 언니들의 음악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김시스터즈 멤버 김숙자와 KBS 가요무대 30주년 무대에도 섰고, 김시스터즈 김민자 헌정 공연도 펼쳤다. 9일 펼칠 자신들의 10주년 디너쇼에는 이시스터즈 김희선을 초대한다.
-시스터즈 선배들과 이어온 교류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큰미미=선배님들이랑 계속 교류하고, 점심 먹고, 낮술도 마시고. '성덕(성공한 오타쿠)' 중의 성덕인 것 같습니다. 강렬하게 원하면 이뤄진다고 하잖아요. 이난영 선생님 탄생 100주년 맞이 헌정 공연도 했고요. 무한한 영광이었죠.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우리도 존재합니다.
-미미시스터즈의 활동이 가요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까요.
▷큰미미=저희랑 비슷한 또래의 여성 뮤지션은 메이저에서나 인디에서나 몇 팀 안돼요. 예전에는 어린 친구들이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오그라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희가 활동을 지속하면서 선배 역할을 한다면, 어디에서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은미미=음악뿐만 아니라 살다 보면 자매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남자와의 연대도 중요하겠지만, 여자의 삶에선 여자 친구들끼리 친한 게 나이 들수록 좋은 것 같아요.
▷큰미미=공감의 폭이 다르잖아요. 제가 공연장에서 일할 때 뮤지션 지원 프로그램으로 10명을 만나면 9명이 남자였어요. 남동생이 많았죠. 여성 뮤지션과 함께 뭔가 해보고 싶어요.
▷작은미미=가요계에서도 경력 단절이라는 게 큰 문제예요.
▷큰미미=뮤지션이 애를 가지면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작은미미도 애가 있는데요. 우리는 그런 걸 다 공개하지만, 미미시스터즈 캐릭터에는 문제가 안 되거든요. 가장 멋진 모습으로 상상하는 건 70·80대가 돼서도 이시스터즈 김희선 선생님처럼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거죠.
미미시스터즈는 오는 9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문화비축기지 T2 공연장에서 10주년 디너 토크쇼 '우리, 자연사하자'를 개최한다. 한국 걸그룹 명곡을 1950년대 것부터 정리해 '김시스터즈부터 트와이스까지'라는 테마로 선보인다. '울릉도 트위스트'의 원곡을 부른 이시스터즈 멤버 김희선, 직장인 애환을 담은 웹툰 '그림왕 양치기'의 양경수 작가, 가수 프롬, 마술사 문태현이 출연한다.
"미미시스터즈를 처음 시작할 때는 디너 토크쇼를 열 게 될 거라고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우리 이번 노래의 첫 소절이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가슴 뛰는 일이 꽤 많아'인데요. 그걸 저희가
▲미미시스터즈가 팬들에게 보내는 인사/영상=김종식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