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이드의 대표곡 '그대와 나, 설레임'
[케이컬처 DNA] 멜론 23일자 일간 인디음악 차트를 펴보자. 73위에 위치하고 있는 '그대와 나, 설레임'은 밴드 디에이드(The Ade)의 전신인 어쿠스틱 콜라보가 부른 포크송이다. 10위도 아니고 73위가 무슨 이야깃거리냐고? 하지만 이 노래가 7년 전에 공개됐단 점을 감안해보면, 음원 차트 장수곡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밖에도 이들은 KBS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 넣은 OST '묘해, 너와' '너무 보고 싶어'로 각종 음원 사이트 1위를 석권한 바 있는 인디 음악계의 숨은 강자다.
그런 디에이드는 2014년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TV 등 노출이 적은 인디밴드로서 한계를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생각해낸 게 바로 카페 투어. 전국의 카페를 돌며 자신들의 생(生)음악을 들려주는 순회 공연이다. 이들은 "카페 투어에서 관객을 한 분씩 대면하게 되니깐 관객을 대하는 게 익숙해졌다"며 "관중석 1~2 m 앞에서 공연하다 보면 무대 공포증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해 9월부터 진행한 카페 투어가 세 번. 개별 공연 횟수로는 약 70회다. 극장 상영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상영회를 개최했다는 대만 뉴웨이브 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이젠 카페 투어를 통해 만난 팬들과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디에이드의 보컬 안다은(26)과 기타리스트 김규년(27). 최근 서울시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미니앨범 '0.5'를 냈습니다. 소개 부탁드려요.
▷안다은=1이 되기 전의 절반이라는 뜻이에요. '헤어지고 있었어'를 포함해 5곡이 들어 있어요. 타이틀 곡을 제외하곤 저희가 전부 작사·작곡에 참여한 자작곡입니다. 그동안 냈던 곡들보다 우리 색깔을 더 드러냈어요.
-'기싱꿍꺼또'(귀신 꿈을 꿨다는 의미)라는 곡도 있던데.
▷안다은=제주 카페 투어를 한 적이 있어요. 그 전날 밤에 꿈을 꾸고 만든 아주 따끈따끈한 곡입니다.
-달달한 사랑 노래를 많이 해왔는데요.
▷안다은=20대 초의 제게 맞는 노래들을 선물받은 게 많아요. 지금 음원을 들으면 '스물 몇 살의 내 목소리는 풋풋했구나, 이런 사랑 노래랑 잘 어울리는구나' 싶거든요.
▲이번 미니 앨범 '0.5'에 수록된 '나는요'. 디에이드는 이 노래를 이제 막 시작한 커플에게 추천했다.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처럼 들리는군요.
▷안다은=지금은 목소리가 좀 변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갈수록 목소리에도 나이가 드는 느낌이랄까요. 예전보다 슬픈 노래를 표현하는 건 더 편해졌고요.
▷김규년=다은 씨가 요즘 초창기 노래 부르는 걸 보면 모창하는 것 같죠. 20대 초의 자신을 모창하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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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은(왼쪽)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김규년은 "세상의 모든 노래를 다 알고 있다"고 답했다. /사진제공=WH엔터테인먼트 |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나요.
▷김규년=저는 재즈를 굉장히 좋아해서 오스트리아에 유학을 갔다 왔어요. 그러다 음악이라는 게 힘들어서 아예 안 하다가 우연히 어쿠스틱 콜라보(디에이드 전신) 오디션을 보게 돼서 이 길을 걷게 된 거죠. 원래 팝 음악을 했던 게 아니라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됐거든요. 그래서 팝 분위기에 빠져 보려고, 밤을 새워 연습을 하고, 회사에서도 많이 잤죠.
▷안다은=어머니가 노래를 정말 잘하세요. 데이트하실 때는 LP판을 모으기도 했대요. 그래서 저도 네 살 때 피아노를 처음 배울 정도로 음악과 가깝게 지내왔죠. 악보를 제일 먼저 사본 가수가 god였는데, 그때 건반으로 치면서 부르는데 정말 즐겁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부천에 가서 시립합창단 활동을 하다가, 고1 때부터 실용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합창단 생활이 지금의 맑은 목소리를 내는 데 영향을 미쳤나요.
▷안다은=네 그런 것 같아요.
-어쿠스틱 콜라보 이름으로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 노래를 두 곡이나 넣었잖아요. 이례적인 거 아닌가요.
▷안다은='너무 보고 싶어'는 좀 슬픈 노래로 빨간양말 작곡가님이 주셨고, 설레는 느낌이 나는 곡 '묘해, 너와'는 심현보 선생님이 주셨어요. 저희는 둘 다 좋아서 고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쓰고 싶은 곡으로 써주세요' 했는데, 담당 팀에서 둘 다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두 곡을 모두 수록하게 됐어요.
팬들은 디에이드 멤버들의 생일이나 기념일 때 디에이드의 이름으로 기부를 한다. 노래로 전달받은 위로를 세상에 퍼뜨리는 실천적 팬덤이다. 디에이드는 오는 12월 22일과 23일 800석 규모 용산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혹시 커플 지옥일까봐 공연장 방문이 주저되는 팬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혼자 오거나 동성으로 오는 사람이 대다수고, 그 안에서 탄생한 커플이 '굉장히' 많다고 디에이드는 전했다. 어차피 혼자서 놀 거라면 이번 디에이드 콘서트에 가보는 게 어떨까. 이틀 뒤인 크리스마스엔 누군가와 함께 '그대와 나, 설레임'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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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분 짜리 레파토리를 짜고 카페 공연에 나서면 시작한 지 3시간 쯤 지나 끝난다고 한다. 그만큼 서로 만담, 팬들과 대화를 즐긴다고. /사진제공=WH엔터테인먼트 |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