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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세 16집 앨범. [사진제공 = 케이문에프엔디] |
이문세는 강원도 봉평에 음악 스튜디오를 만들고, 스스로를 구속하는 경험을 했다. 지난 6월부터 그곳에서 24시간 동안 음악에 파묻혀 살았다. 목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잠들기 전에도 테스트했다. 그는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한번도 켜지 않고 테스트한 결과물이 여러분이 들으신 음악"이라고 했다.
이문세의 실험은 통했을까. 주요 음원차트에서 그와 헤이즈가 부른 '희미해서'는 순항 중이다. 23일 오후 6시 실시간 차트에서 벅스 11위, 소리바다 22위, 멜론 56위 등에 자리 잡았다.
새 앨범 발매일에 서울시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DJ로 분해 음악감상회를 진행한 그는 과거의 DJ 시절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한동안 제가 DJ 생활도 해봤잖습니까. 그냥 단상만 있으면 어색할 것 같아서 CD플레이어를 가지고 왔습니다. 새 음반을 세상에 처음 들려드리는 건데, 제가 직접 DJ처럼 전해드리면 느낌이 다를 것 같아서요."
이문세가 첫 곡으로 선우정아와의 컬래버레이션 작품 '우리 사이'를 틀자, 장내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신시사이저 소리와 선우정아 특유의 감각적 멜로디가 어우러져 몽환적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문세는 창법에서 개성을 최대한 덜어내면서 아마도 그의 커리어상 가장 차가운 느낌의 노래와 조화했다.
"이번 앨범에는 군더더기를 배제하자, 그동안 감성에 많이 치우쳐 있었더라면 이성적으로 바라보자고 생각했어요. 내 원래 창법과 기존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를 조금 차가운 시각으로 보자. 그런 작업을 했다고 봐요."
1번 트랙 '프리 마이 마인드(Free My Mind)'는 힙합 가수 개코와 불렀다. "코드 두 개로 만든 곡입니다. 벌스하고 코러스, 주 멜로디까지 두 개의 코드로 진행되는 아주 단순한 진행의 곡이죠. 편곡하는 과정에서 랩을 추가하고 싶었는데, '이런 어쿠스틱한 록 느낌의 랩을 누가 제일 잘할까. 개코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컬래버 트랙을 만들기 위해 그는 무려 200곡을 받아 '블라인드 초이스'를 진행했다. 어떤 작곡가가 쓰고, 누구 목소리인지 모른 채 100곡으로, 또 20곡으로 압축했다. 음원을 냈다 하면 차트 1위에 오른다고 해서 '음원 깡패'로 불리는 헤이즈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헤이즈는 자신이 작곡한 '희미해서'를 이문세와 함께 부르며 이 음반에 이름을 실었다.
데뷔곡 '나는 행복한 사람'이 나온 게 1983년. 35년 만에 파격적 시도를 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제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이문세 음악, 따뜻하고 아름다운 음악만 계속하면 (대중은) 듣지 않아요. '예전하고 다를 게 없어' '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시대로 접어든 지금, "듣는 이와 1대1의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이문세의 소망이 얼마나 멀리, 또 깊이 전달될지 주목된다.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