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아이유 /사진제공=페이브엔터테인먼트 |
↑ . |
S(강점): '이지은' '이지금'에서 'dlwlrma'까지… 경계 없는 아이유
그는 규정되지 않는다. 가수로 아이유란 예명을 쓰는 그는 연기자일 때 본명 이지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이지금'이란 별명을 영문 타자로 변환한 'dlwlrma'로 살아간다. 이지은(銀)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지금(金)이란 아이디(ID)를 떠올렸다는 그는 또 현재의 중요성을 노래한 '이 지금'이란 곡을 작사하며 자신의 경계를 계속해서 허물어간다. 전설적 포크록 가수 밥 딜런을 7가지 서로 다른 자아로 그린 영화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의 실사판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아이유는 여러 영역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각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좋은 날'을 부를 땐 국민 여동생이 됐다가 양희은의 '가을 아침'을 노래할 땐 지친 삶을 위무하는 포크 가수가 된다. 정병욱 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여러 가지 컬러와 스타일을 소화 가능한 맑고 도화지 같은 보컬과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며 "다양한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채로운 작업물을 바탕으로 그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온차트 스트리밍 연간 순위 톱10에 총 7회 들며 국내 아티스트 최고 기록을 세웠다(2위는 빅뱅 5회).
정규 2집 '라스트 판타지(Last Fantasy)'부터는 자작곡 비중을 확 늘렸다. 2015년 미니 앨범 '챗-셔(CHAT-SHIRE)'와 지난해 정규 4집 '팔레트'는 음반 제작까지 총괄하며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음악웹진 izm 필진)는 "자신의 독자적인 시각을 자신의 표현 방식으로 풀어내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하나"라며 "어디에서도 못 만나는 감성을 노래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고 했다. 그가 오는 11월 단독 공연을 펼치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1만5000석 규모로 팬덤을 초월하는 티켓 파워 없이는 설 수 없는 무대다. 여자 솔로가수가 이곳에 공연을 올리는 건 패티김, BMK, 인순이에 이어 아이유가 네 번째다.
↑ tvN `나의 아저씨`에 출연한 아이유 /사진제공=tvN |
W(약점): 자유분방한 아이유에겐 가혹한 PC의 시대
자신이 프로듀싱한 앨범 '챗-셔' 이후엔 반대 세력이 많이 생겼다. 수록곡 '제제'의 가사와 '스물셋' 뮤직비디오에서 아동성애를 유발하는 코드를 사용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최근에는 이선균과 함께 '나의 아저씨'에 출연하며 나이 차 많이 나는 남자와 사랑하는 역을 맡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일련의 아이유 비판에 타당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확실한 건 아이유가 자유분방한 영혼을 드러내고 살기에 2018년 대한민국은 만만치 않은 공간이라는 점이다. 언어와 표현에서 차별·혐오를 배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창작가에게 요구되는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함의 정도도 강해진 것이다.
이런 외부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아이유가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게 된 것은 역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아이돌이 소속사 방패에 숨을 수 있다면 아이유는 프로듀서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정병욱 평론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리 잡은 이후 모든 논란과 대외적 이슈를 스스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감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 . |
A(기획사): 다양한 유통 채널로 아이유 지원… 문어발 확장 우려도
아이유가 소속된 페이브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 자회사다. 카카오는 음악 부문에 국내 1위 음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멜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카카오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 강자다. 또한 올해 들어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레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인수로 이병헌, 김태리, 공유 등 한류 스타 배우진을 갖추게 됐다. 아이유로서는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과 함께 배우 활동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인수·합병 전략이 단순 문어발 식 확장으로 그쳤을 때는 아티스트 소외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박건영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지식재산권(IP)→출연진→영상·음악 창작→유통'으로 이어지는 '서플라이 체인'을 완성했다"며 "다양한 클립 영상과 킬러 콘텐츠를 제작함과 동시에 카카오 플랫폼으로 유통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유는 지난 7월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현재는 카카오로 흡수합병)과 재계약함으로써 데뷔 초부터 이어온 10년 인연을 연장시켰다.
↑ 아이유는 다음 달 28일 부산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 공연에 오른다. /사진제공=페이브엔터테인먼트 |
G(목표): 큰 힘에 따르는 큰 스트레스… 보다 느린 템포로 가며 리스크 관리
대부분 전문가들은 아이유가 음악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없다고 봤다. 다만 황선업 평론가는 '지난 10년간 이룬 전례 없는 성취 때문에 앞으로의 성과에 쉽게 만족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솔로 가수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면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갈등을 보다 능숙하게 다룰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병욱 평론가는 "이슈와 논란이 있었을 때 아이유는 겸손한 태도, 바꿔 말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며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심리 상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챗-셔' 이후 제기된 로리타 논란에 대해 황선업 평론가는 "이런 논란이 창작에 지나친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아이유에겐 자신의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앞으로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작업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정병욱 평론가는 "어린 이미지의 연기 배역은 당분간 지양하는 게 좋아 보인다"며 "아이유의 경우 성숙한 콘셉트의 작업들도 하기 때문에 마냥 어리게 비치는 이미지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이유 본인은 이제껏 달려온 속도보다 느린 템포로 가는 것을 소망으로 꼽았다. 그는 "저는 저의 10년을 정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