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컬처 DNA]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라는 미신은 깨진 지 오래다. K팝은 미국 주류 힙합신의 언어를 차용함으로써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됐으며 정보기술(IT), 자동차 대기업은 제품에 굳이 한국 색채를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적인 록 음악을 하면서 세계적 찬사를 받는 아시안체어샷의 선전이 고무적인 이유다. 이들의 노래에는 굿, 사물놀이, 사찰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한국적 사운드가 가득 차 있는데 이에 대해 록 밴드 전설 '스매싱 펌킨스'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는 "신중현이 라디오헤드의 소리로 블랙사바스와 연주하는 모습"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들이 영국, 벨기에, 일본 등 해외에서 진행하는 콘서트에는 많을 땐 1000여명의 록 팬들이 모여 "이게 진짜 록 음악"이라고 열광한다.
최근 2집 '이그나이트(Ignite)'를 낸 아시안체어샷을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닥터엠 합주실에서 만났다. 현장에서 이들이 즉흥적으로 들려준 이번 앨범 삽입곡 '빙글뱅글' 연주는 아시안체어샷이란 이름처럼 의자로 머리를 강타하는 에너지가 있었다. 정병욱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늘상 따라붙는 '한국적인 록', '타령 록'이라는 이질적인 조어가 결코 어색하지 않은 다른 의미에서의 진짜배기 K팝"이라고 평가했다.
-새 앨범에 대해 평단에서 좋은 평가가 나옵니다. 멤버들이 체감하기엔 어떤가요.
▷황영원(보컬과 베이스·35): 오프라인 판매분으로 준비해둔 CD가 한 달 만에 다 팔렸어요. 온라인 같은 나머지 루트로 판매할 분량도 이제 50장 정도밖에 안 남았고요.
-앨범을 더 찍을 생각은 없으신가요.
▷황영원: 이번 앨범에는 아트워크를 많이 넣었어요. 다시 찍는다고 해도 똑같이 낼 생각은 없어요. 추가로 그대로 찍는 건 의미가 없어요. 그랬다가 안 팔리면 어떻게 합니까(웃음)
-기대 이상의 반응인가요.
▷황영원: 원래는 보다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저희 타이틀곡이 '빙글뱅글'인데 AOA의 '빙글뱅글'을 더 많이 아시니까요. 그래도 저희가 1주일 먼저 냈어요. (웃음)
▷이용진(드러머·35): 굳이 CD를 낸 건 작품을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어요.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음악을 온라인에서 주로 듣는) 시대적 상황이랑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한번 공들여서 만들면 오히려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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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컬과 베이스를 담당하는 황영원은 "2집 앨범을 한 번 더 찍는다면 LP 골드 에디션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사진=김종식 |
▷손희남(기타·36): 저희가 한국적인 것을 생각하면서 음악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적 록 사운드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닐까요.
▷이용진: 초등학교 때 다들 굿거리장단이랑 자진모리장단 배우잖아요. 그런 교육을 받았던 게 무의식 중에 나왔던 것 같아요. 장단을 드럼 패턴으로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촛불집회에서 풍물패가 노는 걸 보니깐 굉장히 쉬운 거예요. 패턴을 만든다기보다는 '빵빵' 느낌을 줘보자고 했던 게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산, 새 그리고 나'에는 굿판의 느낌도 많이 나는데요. 음악을 위해 일부러 굿판을 찾은 적도 있나요.
▷황영원: 가장 굿판 같은 노래는 '친구여'라고 생각해요.
▷이용진: 하다 보니깐 굿판 같은 느낌이 나게 된 거죠. 영화 '곡성'에서 황정민 씨가 굿하는 부분을 감명 깊게 봤던 거 같아요. 그런 감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황영원: 중요한 건 '곡성' 전에 우리 음악이 나왔다는 거죠.
▷이용진: '곡성'에 우리 음악이 쓰였으면 딱 좋았을 텐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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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체어샷이 하는 한국적 음악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드러머 이용진은 "초등학교 때 배우는 굿거리장단과 자진모리장단이 무의식 중에 우리 음악에 섞여 나온 거 같다"고 했다./사진=김종식 |
-바깥세상과 차단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손희남: 요즘 대중음악계에는 프리셋과 샘플이 난무하고 있죠. 그런 환경이지만 어느 한곳에 처박혀서 진짜 아날로그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황영원: 어떤 작품을 만들든 자기와의 대화를 하게 되잖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그림, 글, 요리 모든 분야에서요. 내가 뭘 원하나 스스로와 대화하다 보면 더 깊어지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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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를 치는 손희남은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그는 "내 청춘에서 소중한 반 년을 감자꽃스튜디오에서 보냈다"며 웃었다./사진=김종식 |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