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영화제에서 이례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감독 론 하워드)가 공식 상영된 것이다. 시리즈의 오래된 명성에도 불구, 지금껏 칸에 한 번도 초청받지 못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단연 주목받을 만한 풍경이었다.
털복숭이 츄바카(요나스 수오타모)가 고개를 갸우뚱대며 레드카펫 복판에 멀뚱 멀뚱 서 있는 다소 기이한 광경에서부터 스톰트루퍼 군단의 행진 포퍼먼스 등은 그 자체로 커다란 볼거리였는데, 이 영화가 시리즈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 중 하나인 한 솔로의 솔로 무비이라는 점도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8)으로 곧장 이어진다. 일종의 스핀오프물(원래 이야기에서 파생된 이야기)인데, 한 솔로의 청년기를 모험담 형식으로 빠르게 더듬어 나가는 식이다. 소싯적 한 솔로이기에 시리즈의 기존 배역이며, 이제는 노인이 된 75세 해리슨 포드가 아닌 29세 신예 엘든 이렌리치를 내세웠다.
뭉퉁그려 말하면, 청년 한(Han·한 솔로로 불리게 된 이유는 후에 밝혀진다)이 아리따운 '한 때' 연인 키라(에밀리아 클라크)와 범죄조직 프록시마로부터 좇기다 강제 이별함으로써 영화는 출발한다. 그러고 수년 간 은하제국 군인으로 자진 복무하던 차 전장에서 사기꾼 베킷(우디 해럴슨) 3인조와 조우하고, '어쩌다' 친구가 된 털복숭이 츄바카(요나스 수오타르)와 함께 제국의 우주선을 훔쳐 달아나는 것이다.
그렇게 모험 서사가 닻을 올린다. 아마도 이쯤이면 이어질 내용의 얼개가 대강은 짐작이 가능할 것도 같다. 이를 테면 일련의 사건들이 출몰하고 그 난관을 여차저차 극복해 나간다는 익숙한 골격. 하지만 영화는 그 예상을 얼마간 비껴간다. 단선적으로 뻗어가는 내러티브 줄기 사이로 예측 반경 너머 반전이 몇 가지 개입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인물의 심리와 서사적 결말이 쉽게 단정되진 않는다.
극중 러닝타임은 135분. 그리 짧진 않은 편인 데다 화면의 색감도 다소 어두침침한 편이다. 그래도 짜임새 있는 플롯, 박진감 있는 편집이 혹시 모를 지루함을 어느정돈 상쇄해준다. 캐릭터들마다 성격화도 그럴 듯한데, 개중 한 솔로의 '한 때' 연인 키라에 단연 주목케 된다. 마지막까지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냉혹함, 따스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에밀리아 클라크란 배우는 어떤 면에선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처럼도 여겨진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는다면 새로운 한 솔로, 엘든 이렌리치의 존재감이 그만큼 부각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리슨 포드의 강렬한 인장을 지워내기엔 아직 그에게 설익은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이다. 혹시 모를 후속편에서의 활약을 한번 더 기대해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24일 개봉.
[김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