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발언` 웃음으로 넘기는 TV 오락예능

↑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국내 TV 예능·오락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적인 내용을 희화화·정당화하는 사례가 다수 조사됐다. 성차별에 대한 사회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달 1~7일 방송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의 예능·오락 시청률 상위 프로그램 33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인 내용이 56건 조사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작년 7월 모니터링 결과 집계된 성차별적 내용(19건)에 비해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성평등적 내용(7건)과 비교해도 8배 많다.
성차별적 내용은 성별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도 있었다.
종편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브런치 모임이 있는 한 정부가 어떠한 부동산·교육 정책을 내놔도 성공할 수 없다"며 "정책이 발표되면 바로 다음 날 브런치 모임을 갖고 작전을 설계해서 단합행동을 하기 때문에 여자 3명 이상 모인 브런치 모임을 단속해야 한다"고 왜곡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케이블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예쁜 것 같다 하는 분들은 앞으로 앉아주시고, 난 좀 아닌 것 같다 하는 분들은 뒤로 자리를 바꾸는 시간을 갖겠습니다"며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
지상파 한 프로그램에서는 성희롱·성폭력을 희화화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여성 방청객에게 하녀 역할을 맡게 하면서 '빗자루'로 지칭하거나 '꼬리를 친다'며 폭력을 행사하려는 시늉을 해 웃음을 유발했다. 남성 출연자들이 번갈아가며 포옹을 하고 몸을 마구 잡아 흔드는 장면도 웃음 소재로 삼았다.
이 프로그램의 다른 코너에서는 남성출연자가 "하지마"라고 거부 의사를 표현하는데도 여성 출연자가 "속옷, 야릇한 눈빛, 섹시"라는 선정적인 대사와 함께 신체접촉을 하며 성희롱·성폭력을 정당화했다고 양평원은 지적했다.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와 진행자 성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남성이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출연자는 여성이 35.4%(140명), 남성이 64.6%(256명)로 남성이 많았고 주 진행자는 여성 16.2%(11명), 남성 83.8%(57명)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양평원 관계자는 "최근 성차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자정노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TV 예능·오락 프로그램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성차별, 성폭력 내용이 프로그램 소재로 이용되어 합리화·정당화되지 않도록 방송사 및 제작진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평원은 3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