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새싹이 기지개를 펴고 향긋한 꽃향기로 충만한 봄이 되면 경치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중 상춘객 (賞春客)의 눈길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어디일까. 20~50대 남녀 2,42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에서 봄에 떠나고 싶은 국내 여행지 1위는 단연 제주였다. 46.9%의 비율인데 벚꽃축제가 열리는 진해가 19%, 봄꽃과 푸르른 바다가 인상적인 남해가 18.4%다.
제주가 이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올봄 훈김이 수채화 물감처럼 번지는 제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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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옐로
봄의 제주는 눈부신 노란빛으로 인사한다. 유채꽃의 향연이다. 2월 말부터 노란 꽃으로 단장하는 제주와 유채는 4월 초에 절정에 이른다. 성산일출봉, 함덕 서우봉해변, 우도, 산방산, 중문 엉덩물계곡, 표선면 녹산로가 제주 유채꽃 명소지만 사실 섬 전체라고 봐도 좋다.
이달 7일부터 15일까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 체험공원에서는 축제도 열린다. 이 공원 일대는 대표적인 유채꽃 군락지로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바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노란빛 유채꽃밭과 멀리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지며 꿈같은 꽃길이 펼쳐지며 시간과 공간이 모두 아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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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름다운 피보다 붉은
화려한 노란 옷을 입은 제주의 가슴에는 붉은 동백이 있다. 꽃잎 하나 시들지 않은 절정의 순간에 툭, 떨어지는 동백꽃은 아프고 시리다. 그래서 동백은 슬픈 봄꽃이다. 보통 4월에는 동백이 피지 않지만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은 4·3 당시 희생당한 이들을 선홍빛 동백꽃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제주 동백은 4워에 피고 피보다 붉다.
올해는 유난히 더 그렇다. 제주 4·3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제주도는 가슴에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제주의 초록과 검은 화산암 돌담에 빛 선홍빛 동백꽃이 더 도드라져 보이다.
붉은 제주를 보려면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서 멀지 않은 위미리와 신흥리를 가보자. 신흥리의 동백숲은 오래된 숲인데 지난 2005년부터 마을 곳곳에 3000여 그루의 나무를 더 심어 조성했다. 붉은 동백숲이 4·3사건으로 스러져간 수많은 영혼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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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끼는 바람 빛
바람이 많은 제주, 그중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시가 있다.
제주의 봄에는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바람의 색이 있다.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바람이라는 표현이 없어도 제주의 바람은 몸을 가볍게 한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투명한 제주 바다. 그중에서도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가 일품인 남원 큰엉해안 경승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삼킬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큰엉'은 이름답게 바다를 삼킬 듯한 검은 용암 덩어리의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바다를 따라 조성된 1.5㎞의 해안 산책로를 걸으며 향긋한 바람에 몸이 날아갈 듯한 착각을 한다.
바람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라 생태숲의 숫모르 숲길을 거쳐 절물휴양림 내 개오리오름의 편백나무림, 거친오름 둘레와 정상 숲길까지 이르는 총
제주팁
제주도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관광정보 포털 사이트 ‘비짓제주(visitjeju.net)’에서 찾아볼 수 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