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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배드 폭스` 작가 벤자민 레너는 지난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남이 원하는 대로 말고 자기 모습 그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김호영 기자] |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만화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인 벤자민 레너는 지난 19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대표작 '빅 배드 폭스(The Big Bad Fox)'의 창작 동기를 이 같이 밝혔다. '빅 배드 폭스'는 사냥에 번번이 실패해 스트레스를 받는 여우를 그린 만화다. 남을 겁주는 데 도무지 소질이 없어 닭에게도 맞고 다니는 여우는 병아리를 키워서 먹기로 결심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 결국 그는 늑대의 위협이 없는 곳에서 병아리들을 키우기 위해 닭으로 분장해 농장으로 잠입하기에 이른다. "여우로서 닭 분장을 하는 건 꽤나 모욕적인 선택일 거예요.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요. 왜냐면 그게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타인의 평가와 자아상의 불일치는 많은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풀기 위해 매달려온 주제다. 하지만 레너는 처음부터 그런 선명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여우 이야기를 쓴 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을 엄마라고 생각해서 곤란에 빠진 여우를 그렸더니 그의 조카 폴린이 좋아해줬단다. 학창 시절 연약했던 자신을 도와줬던 용감한 친구 모습에서 늑대 캐릭터를 따오고, 무슨 일에서든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했던 자기 어머니 성격을 빌려 닭을 그렸다. "이야기를 다 완성해놓고 보니깐 알았죠.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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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 `빅 배드 폭스` 속 한 장면. 사냥에 영 소질이 없는 여우는 닭에게도 쫓겨 다닌다. [사진제공 = 북레시피] |
그래서 그는 동물 이야기를 그리는 걸 선호한다. "애들이 동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성격이 뚜렷해서에요. 늑대를 보면 무서운 캐릭터라는 걸 이해하기 쉬워요. 저는 사람들이 동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비트는 걸 좋아해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에서는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에 있는 쥐와 곰이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그렸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어울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레너는 인간 세상에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온 프랑스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이질적인 존재가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엿보인다고 했더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좋아하면서도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는 절대 작은(little) 작품이 아니지만 내 작품은 매우 작으니 비교하고 싶진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가 생각했을 때 스스로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프랑스 예술가는 장 자끄 상뻬다. "상뻬는 제게 아주 큰 레퍼런스(참고서)예요. 저는 아주 어렸을 때 그가 그린 큰 책을 펼쳐 한 페이지를 오랫동안 응시하며 모든 디테일을 살펴봤어요." 레너는 쉽게 붉어지는 얼굴이 컴플렉스인 소년을 그린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좋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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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 `빅 배드 폭스` 속 한 장면. 여우는 병아리를 키워 잡아 먹으려다가 졸지에 그들의 엄마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제공 = 북레시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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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책 `빅 배드 폭스` 속 한 장면. 여우는 병아리를 키워 잡아 먹으려다가 졸지에 그들의 엄마 역할을 하게 된다. [사진제공 = 북레시피] |
그의 이번 방한은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지난 주말 개최된 불어권 영화페스티벌 참여차원에서 이뤄졌다. 22일에는 만화가를 꿈꾸는 한국 중고등학생을 위한 강연도 한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그는 "언제나 오픈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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