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1200만부 넘게 팔린 일본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영화 작품으로 돌아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8일 개봉)을 연출한 히로키 류이치 감독(64)은 지난 22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일본에서는 비참하고 잔혹한 사건이 많다 보니깐 이 영화를 보고 힐링을 얻어가는 사람이 많은데 한국 관객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90만부 가량 팔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약 30년 간 비어있던 오래된 가게인 나미야 잡화점으로 들어온 도둑 3인방이 과거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고, 답장을 보내주는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히로키 감독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며 "원작자가 힘들 거라고 말한 작품을 꼭 영화로 만들어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도둑들이 받는 편지는 실제로는 32년 전 나미야 잡화점 주인에게 보내졌던 서신이다. 당시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은 청년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고민 상담을 해줬는데, 시공간이 뒤틀리면서 그 일부를 도둑들이 받게 된 것. 젊은 도둑들은 과거를 살았던 청년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가운데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희망을 말하는 영화라고 말하기 민망합니다. 저도 젊은이들이 꿈을 꿀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기성세대 중 한명이거든요. 그래도 청년들이 금전적인 부분이나 명예욕을 좇는 대신 자기가 진짜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작품에 20, 30대에게 힘을 주는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그들을 가르치려는 듯한 인상은 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저는 어른이 싫어요. 남을 가르치려고 드는 어른을 보면 거부감이 듭니다. 인생이라는 게 누군가에게 배워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실패를 반복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거잖아요. 뮤지션을 꿈꾸는 인물이 죽은 이후 그가 만든 노래가 계속 퍼지는 부분으로 영화에 감동을 넣어봤어요."
히로키 감독이 1982년 데뷔한 이래 판타지 영화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은 소설 독자들이 상상했던 나미야 잡화점을 스크린에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판타지 영화인데도 리얼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특히, 1980년대와 2012년의 마을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그리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일본에서 관객과 평단 양쪽으로부터 호평받았다. 히로키 감독은 "일본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곧 발표될 예정이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하며 영화가 거둔 성취를 강조했다.
60대의 히로키 감독은 거의 매년 2~3편의 영화를 찍을 정도로 다작하는 예술가다. 국내에는 2005년 개봉한 '바이브레이터'(2003)와 1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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