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한정희와 나'는 소설가인 나의 눈으로 바라본, 아내의 먼 친척뻘이자 딱한 사연을 갖고 나의 집에 얹혀살게 된 초등학교 육학년 한정희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를 연상시키는 소설가 주인공이 등장해 크고 작은 수난을 겪는 가운데 미묘한 윤리적 갈등 상황에 처한다. 갈등의 핵심은 생판 남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에 대한 환대가 어느 선까지 가능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보통 너무 힘들어지면 예의고 체면이고 선행을 포기하게 된다는 식이다. 소설 속의 사람들 역시 무한정 환대를 베푸는 데 연거푸 실패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양심의 한계다. 허허실실 웃기는 이야기꾼으로 먼저 알려졌던 작가는 더욱 깊어진 시선과 담담한 문체로 한 인간으로서나 작가로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 이해와 공감, 위로의 한계를 털어놓는다.
작품집에는 후보작인 구병모, 권영선, 기준영, 김경욱, 김애란, 박민정, 최은영, 편혜영 작가의 글도 함께 실렸다. 작품 모두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사건과 연결지어 깊게 파고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에게 냉혹한 시대를 파고들며 위로와 공감을 담아내려 한 작가들의 노력이 여실히 묻어난다.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연작소설.
불멸의 존재인 몬스터 '엘리엇 가족'이 버려진 인간 아이 티모시를 기르며 유한한 삶의 의미를 짚어보기 시작한다.
1945년 '귀향 파티'를 시작으로 몇 편의 이야기가 발표됐으나 마무리되지 않다가 2001년 새로운 도깨비 가족에 대한 여러 단편을 더해 연작소설로 완성했다.
1859년 봄, 영국에서 북쪽으로 항해 중이던 포경선 볼런티어호. 20대 후반의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섬너와 작살수 헨리 드랙스 등이 타고 있다. 드랙스는 상식이나 도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짐승 같은 청년으로 이 항해의 진짜 목적은 고래잡이가 아닌 위험한 도박이다. 고래잡이 수익이 갈수록 줄어들자 선주 백스터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선장, 항해사와 짜고 볼런티어호를 가라앉히려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극한의 추위 속 대립하는 두 남자를 통해 인간의 폭력, 민낯, 선과 악의 문제를 강렬하게 묘사한다. 이언 맥과이어의 장편소설로,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함께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냉철한 기업가, 능력 있는 투자가, 인기 있는 강연가로 꼽히는 유럽의 대표적 지식경영인 롤프 도벨리는 '좋은 삶은 불행은 피하고 행복은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불행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방법 52가지를 소개한다. 최신 심리학 이론, 고대 그리스 철학, 워런 버핏 등과 같은 투자가들의 지혜까지 동원한 기본 법칙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실제로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목을 매달고, 열심히 돈을 벌어서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소비를 하고, 내일은 물론 오늘의 일에도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과거를 분석하는 일 등이다. 삶의 역경을 대하는 태도로선 가장 비생산적 반응이며 삶에서 이룩해야 할 나만의 소명이 있다고 믿는 태도 또한 위험하다.
책의 다른 이름으로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쯤 되겠다. 또 그동안 왜 나는 모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았나라는 반성을 하게 만든다.
시집 '어느 날'은 '어느 날 1'부터 '어느 날 217'까지 일련번호가 붙은 연작시들로 구성됐다.
시인은 장편 서사시집 원고를 마치고 책으로 내기 위해 교정을 보던 틈에 이 연작을 썼는데 시들은 짧게는 2행에서 길어야 10행 안팎까지로 매우 단출하다.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노시인의 원숙하고 노련한 시적 상상이 돋보이는 연작시"라며 "여전히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과 부면들에 대한 통찰과 관련되는 비판과 저항 정신이 번뜩인다. 다만 통찰이나 비판의 대상이 반민주주의 사회에서 비인간적 사회,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 배타주의적 편견 사회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라고 평했다.
짧은 분량이라서 시를 위한 메모처럼 읽히는가 하면, 특유의 파격과 전복적 진술은 선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만 85세를 맞은 고은 시인의 원숙하고 노련한 시적 상상력을 맛볼 수 있다. 또 그간의 시와 달리 삶에 대한 허무와 시에 대한 원숙한 의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에 대한 통찰, 이와 관련한 비판과 저항 정신을 느낄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미국의 경제 시스템은 치유되지 못한 채 '금융화'라는 병에 빠져있다. 금융화라는 단어는 '만드는 자(maker)'들이 '거저먹는 자(taker)'들에게 예속되어 버린 경제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만드는 자'란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 기업, 아이디어다. '거저먹는 자'는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회 전체보다는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거저먹는 자들의 범주에는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화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심지어 민주주의도 좀먹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CEO, 정치인, 규제 담당자까지 들어간다.
수많은 대기업들은 금융 거래, 헤지, 조세 회피, 금융 서비스 판매 등 그저 돈을 이리저리 굴리는 방법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어떤 항공사에서는 비행기 티켓을 판매하는 것보다 유가 등락 위험을 헤지하여 버는 돈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금융시장 내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활동이 실물 경제의 번영에 이바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탐욕스러운 괴물이 되어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연구개발과 같은 장기적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이렇듯 괴물 같은 금융 패권이 초래한 갖가지 폐해를 바로잡고자 하는 저자는 우리가 당장 시행해야 할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위한 규제 방안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